앱 시장 인기 시들…개발자들 '챗봇' 주목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시장 선두 예상
[뉴스핌= 이홍규 기자] 애플과 구글이 지배했던 앱(App) 시장이 지고 챗봇(Chatbot, 채팅 로봇)이 차세대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부상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챗봇은 메시징 기능을 통해 비행기 예약이나 음식 주문과 같은 일을 대신 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세포라 챗봇 <사진=세포라 챗봇 화면> |
지난 9일 자 이코노미스트 지 최신호는 페이스북이 오는 12일 메신저용 챗봇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챗봇 플랫폼이 과거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수십억 달러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8년 전 앱스토어가 출시된 이후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된 앱의 수는 1000억개에 달했으며, 덕분에 개발자들은 400억달러의 수입을 벌었다.
이 처럼 개발자를 비롯해 산업 관계자들이 챗봇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개발자 수입 대부분이 애플과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반면 챗봇 시장은 응용 분야가 다양하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개발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앱 인기 시들…개발자 수입 1/2 앱스토어 의존
관련 통계에 따르면 앱 개발자 상위 20명의 수입의 반은 앱스토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운로드 된 앱의 4분의 1가량이 한 번 사용된 후 삭제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잡지는 자문업체 액티베이트의 분석을 인용, "앱 스토어를 통해 사업 환경을 구축하려던 개발자들의 꿈은 이제 끝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챗봇의 토대가 되는 메시징 앱의 인기는 날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액티베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25억명의 사람들이 최소 한 개의 채팅 앱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오는 2018년까지 36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메시징 앱을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챗봇 플랫폼이 지난해 텔레그램에 의해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소수 스타트업 만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는 등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텔레그램은 뉴스 알림과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봄 플랫폼, '봇 스토어'(Bot store)를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
시장조사업체인 비전모바일의 마이클 바큘렌코는 "앱 시장의 결점을 고려하면, 챗봇에 대한 수요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챗봇은 기존 개별 앱 기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웹 페이지처럼 서버에 있어 만들기도, 관리하기도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레스토랑이나 일반 소매점과 같은 분야에서 매력적인 사업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챗봇' 개시…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선점
이미 몇몇 업체들은 관련 서비스를 시작 중이다. '디짓(Digit)'은 챗봇을 통해 고객에게 은행 계좌와 연동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온라인 여행사인 '파나(Pana)'는 봇 메시지를 통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퍼레이터(Operator)'는 챗봇을 통해 봇-커머스(bot-commerce)의 '아마존'으로 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사내 메신져 서비스 업체인 '슬랙(Slack)'에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칸(MeeKan)은 작가들을 고용해 챗봇에 필요한 2000개의 문장을 만들어냈다.
애플과 구글이 주도한 이후 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처럼, 챗봇 시장 역시 선두 주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월 챗봇 '테이'를 소개했지만, 인종 차별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벤처 투자회사인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베네딕트 에반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앞으로 애플과 구글을 상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글과 애플은 메시지와 채팅 봇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지만, 자사의 결제 시스템 등을 통해 개발자들을 불러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