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1983년과 2015년.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지환(조정석)과 건우(이진욱)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간다. 두 사람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게 되고 그날 이후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1983년의 여자 윤정(임수정)과 그와 똑 닮은 2015년의 여자 소은(윤정)이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꾼다. 그리고 때때로 그것은 예상치 못한 큰 변화를 가져온다. 영화 ‘시간이탈자’는 과거와 현재의 남자가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타임 슬립 형태인데 대중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또 그만큼 물리는 형태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강력계 형사고 살인사건을 막아 현재를 바꾼다는 점에서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과 비슷하다. 비교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후발주자의 숙명이다.
물론 분명한 차이점은 있다. 감성 스릴러를 표방하는 ‘시간이탈자’는 방점을 스릴러가 아닌 감성(연출자의 의도는 아닐 수 있으나 관객 입장에서는 그렇다)에 찍었다. 연결 장치도 무전기보다는 꿈과 녹음기라는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택했다. 무엇보다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풀어가는 드라마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뚜렷한 목표 아래 두 남자가 움직인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결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장르의 필수 조건, 긴박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거다. 이진욱이 화자가 돼 일어나는 이야기는 모두 조정석의 꿈속이고 조정석이 주체가 돼 벌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이진욱의 꿈속이다. 이 장면들은 초반부터 빠르게, 또 여러 번 교차한다. 과거와 현재가 수없이 맞물리니 초반에는 혼란스러운 감도 있다. 하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어렵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하다. 다만 스토리가 스토리다 보니 여배우보다는 두 남자 배우에 시선이 빼앗긴다. 과거와 현재의 여인으로 1인2역을 맡은 여자 주인공은 임수정인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캐릭터 자체가 그저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할의 비중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한 그의 용기와 도전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곽재용 감독의 오랜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영화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