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골프전문기자]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에 동갑내기 ‘맞수’가 있다.
이수민(23·CJ오쇼핑)과 이창우(23·CJ오쇼핑)가 바로 그들.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며 대한민국 골프를 이끌 쌍두마차로 꼽혔다. 아마추어시절에도 그들은 둘도 없는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이수민 <사진=뉴스핌DB> |
이창우 <사진=KPGA> |
이수민은 “아마추어 때는 서로 알게 모르게 견제도 하고 경쟁 심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가 된 지금은 대회가 없는 날에도 만나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대회장에서도 서로 격려하며 잘해보자고 얘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국내 프로골프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이다.
2013년 6월 초 KPGA 코리아투어 ‘군산CC오픈’에서 아마추어로 참가한 이수민이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김경태(신한금융그룹)가 ‘삼성베네스트오픈’ 에서 우승한 이후 7년만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88일 뒤 아마추어 이창우가 KPGA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프로골프 관계자들은 대형 신인이 두 명이나 나타났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KPGA 투어프로 자격과 2년간의 투어카드가 주어지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금메달을 위해 KPGA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두 선수의 투어프로 자격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로 유보하는 특전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이수민과 이창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시며 아시안게임 본 무대조차도 밟지 못했다. 국내 최고라 자부했던 두 선수는 낙담했으나 곧바로 마음을 추스른 뒤 2014년 7월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과 아마추어로서 프로대회 우승, 통한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탈락까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맛본 두 선수는 프로가 된 후에도 나란히 세마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고 CJ오쇼핑과 메인 계약을 맺었다.
두 선수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 다른 운동을 먼저 경험한 것도 비슷하다. 이수민은 스키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키를 먼저 배웠고 이창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4년 간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너무나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선수에게 2015년 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인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군산CC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입어 이미 명출상(신인상) 수상을 확정 지은 이수민은 마지막 대회를 남겨두고 KPGA 대상 경쟁에서 선두 이태희(OK저축은행)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역전 수상을 노리고 있었다.
이때 이태희가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을 공동 49위로 마무리해 20위까지 주어지는 대상포인트를 받지 못하며 이수민에게 기회가 왔다.
이태희와 95포인트 차이였던 이수민이 100포인트 이상이 주어지는 10위 이내로 대회를 마치면 역전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수민은 공동 10위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이대로라면 KPGA 대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남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바로 이때 이수민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라있던 이창우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9위로 순위를 올리면서 이수민은 자연스럽게 공동 11위로 밀려버렸다.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됐고 이수민은 5포인트 차이로 KPGA 대상을 놓치고 말았다.
이창우는 이에 대해 “경기 후 (이)수민이가 직접 얘기해서 알았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나로 인해 수민이가 대상 수상에 실패했다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경기에서 양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수민이가 더 잘 알 것이다”라고 했다.
이수민은 “(이)창우에게 원망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내 실력이 아직 대상을 탈만한 게 못 된다. 그래도 생애 한 번뿐인 명출상(신인상)을 수상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2015년 이수민과 이창우는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하는 신인 선수였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수민은 프로 데뷔 첫 우승과 함께 명출상을 수상했다. 이어 평균타수 부문 2위, 상금순위와 그린적중률 3위에 오르는 등 고른 활약을 보였다.
이창우는 프로로서 우승 트로피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11개 대회 참가해 10개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톱10에도 5번 이름을 올리며 톱10 피니시 부문 공동 1위에 오르는 활약을 보여줬다. 평균타수 부문 6위, 상금순위 18위를 기록하면서 그의 이름을 팬들에 각인시켰다.
다만 이창우가 참가한 대회 중 유일하게 컷탈락한 대회가 ‘둘도 없는 친구’ 이수민이 우승을 차지한 ‘군산CC오픈’이라는 것도 흥미를 끈다.
이수민은 올 시즌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가 공동주관한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안타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거쳐 PGA투어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이창우는 2015 일본투어 큐스쿨을 14위로 통과해 이수민과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제2의 김경태를 꿈꾸고 있는 이창우는 “일본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최종 목표인 미국으로 가는 게 꿈이다. 올 시즌 한국과 일본투어를 병행하면서 양 투어에서 우승을 노릴 것” 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수민과 이창우는 오랜 시간 함께 했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기에 서로를 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었다. 두 선수는 그렇게 함께 성장하고 있다. 두 선수의 동반성장이 향후 대한민국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2016년 이수민은 아시안투어로, 이창우는 일본투어로 진출하며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렇지만 두 선수가 꿈꾸고 있는 종착지는 같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다.
이수민과 이창우는 손을 맞잡고 말했다. 반드시 PGA투어에서 만나 예전처럼 함께 경기하자고 .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