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효과' 따른 급반전에도 월가 긴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악의 충격 속에 한 해를 맞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1분기 의외로 ‘선방’ 했다.
국제 유가를 포함한 상품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폭락을 벗어나 반전을 이뤘고, 전세계 채권시장은 20년래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미국 뉴욕증시가 연초 이후 상승세로 반전한 한편 이머징마켓 역시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포리아를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2분기를 맞이하는 투자가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문제는 변동성. 미국 국채부터 신흥국 주식시장까지 2분기 역시 폭발적인 시장 반전과 예측할 수 없는 급등락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채권 가격과 경제 지표가 이미 극심한 엇박자를 내는 가운에 단기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털어 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온건한 정책 기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데 따라 수익률은 바닥권으로 떨어진 상황. 고용과 주택 등 주요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룰 경우 연준이 매파 발언을 내놓지 않더라도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상승, 수익률이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국채를 필두로 한 미국 채권시장이 2013년 이른바 ‘테이퍼 발작’을 방불케하는 대혼란을 연출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편치 않다. 1분기 브라질 증시가 18% 랠리한 것을 포함해 터키와 멕시코 증시가 각각 16%와 7% 뛰는 등 신흥국 증시가 경이로운 강세장을 나타냈지만 잠재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상품시장이 단기 고점을 찍고 아래로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주요 IB와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강등 및 디폴트 경고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로 꼽힌다.
라시크 라만 인베스코 이머징마켓 헤드는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 기업 전반에 걸쳐 대차대조표가 악화될 것”이라며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신흥국 채권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관련 채권의 강세 흐름과 관련, 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에 대해 5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한 것을 포함해 1분기 주요 통화에 대해 2010년 이후 최악의 하락을 기록한 달러화의 향방도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부분이다.
스티브 잉글랜더 씨티그룹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비둘기파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데다 유럽과 일본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통화완화 카드를 추가로 내놓기 어려운 정황이 달러화 하락 전망에 설득력을 제공한다”며 “하지만 미국 경제 지표의 지속적인 개선은 달러화 강세 요인”이라고 전했다.
매크로 경제의 호조를 근거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전망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달러화 역시 반전을 이룰 수 있다.
달러화 약세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의 향방을 통째로 돌려놓은 점을 감안할 때 방향 전환에 따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