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 강화 탄력...1조원 넘게 쓴 것으로 알려져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이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비은행 강화라는 KB금융의 오랜 숙원 해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임기 반을 지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의 후계 구도 구축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가운데 KB금융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KB금융은 1조원을 넘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1조원을 넘게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등과의 가격 차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현대그룹이 내놓은 현대증권 매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현대증권 종가를 기준으로 시장가는 3500억원 규모인데 시가 대비 많게는 3배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증권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준가로 7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엘리베이는 지난 24일 우선매수권 기준가격을 적은 자료를 밀봉해 한 시중은행의 비밀금고에 넣었다.
KB금융은 이번에 현대증권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매물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응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2015년 대우증권 인수전에 각각 농협 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에 패했다.
비은행 강화가 필요하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강력한 의지도 변영됐다.
저금리로 이자이익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인 1.58%까지 추락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순익 기준으로 KB금융의 비은행부문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같은기간 리딩뱅크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손익 비중 42%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WM(자산관리)에서 강한 현대증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국민은행의 CIB(기업투자금융)와 현대증권의 IB가 접목되면 폭발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지난해 현대증권 당기순익에다 지분법을 감안하면 630억원의 비은행 이익이 불어나 비은행 비중이 3.5%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일정기간 2개의 증권사로 유지하다 KB투자증권과의 합병에 나설 방침이다. 앞의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에 통합해 가는 게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6220억원이다. 이에 따라 3조2200억(작년 9월말기준)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하면 KB금융이 통합증권사는 단순합계로 3조8500억원대로 몸집이 불어나 상위권으로 도약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로 그룹의 전환기를 맞이 해 진정한 금융지주사 모습을 갖추게 되는 곳”이라며 “인수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가 다른 비은행 그룹사의 잇단 합병이후 합병시너지를 위해 분주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