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박지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하고 싶어요. 60대에도 섹시한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가치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10년, 20년 이후의 얼굴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천천히 노력하려고요. 그저 제 일만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요?”
‘삼둥이 아빠’ 송일국(45) 마르지 않는 연기 열정으로 ‘사극 본좌’에 올랐다. KBS 드라마 ‘해신’에서 장보고의 숙적 ‘염장’을 연기한 그는 ‘바람의 나라’에서는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을, MBC ‘주몽’에서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을 맡았다. 지난달 종영한 KBS ‘장영실’에서는 조선시대 천재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렸다.
“저희끼리 ‘사극 배우들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라고 말해요. 차타고 2~3시간 가는 건 기본이죠. 분장을 짧아도 1시간 이상 걸리고, 옷만 봐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고생은 말도 못해요. 저처럼 체력이 좋아야 해요. 감독님들이 저를 계속 써주시는 이유가 ‘무한체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웃음)”
‘장영실’은 그동안 했던 사극과 조금은 달랐다. 정적인 인물이라 체력적으로는 편했지만, ‘노비’ 출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다. 더군다나 예상보다 긴 호흡의 대사 때문에 애를 먹었다.
“목소리 톤을 높이고 가볍게 연기하니 은근히 쌓이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굵은 왕 역할의 톤으로 대사 연습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죠. 또 보통 50분짜리 드라마면 신이 50~60신정도 나오는데 장영실은 한 회에 20신 밖에 안 됐어요. 한 사람이 외울 분량이 어마어마하단 얘기죠. 대본은 비교적 빨리 나온 편이었지만 대사가 워낙 길어 NG를 안 내는 배우가 없을 정도였어요.”
사실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장영실이 이렇게 엄청난 업적을 남긴 줄 몰랐다. 그는 장영실을 연기하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
“해시계는 누가 봐도 시간과 절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에요. 얼마 전에는 삼둥이들 데리고 장영실이 만든 (복원) 자격루를 보러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갔어요. 다시 한 번 ‘그는 시대를 너무나 앞서간 천재’라는 걸 느끼고 왔죠. 입장료가 공짜던데 꼭 한 번 가보세요.(웃음)”
◆대한·민국·만세 ‘삼둥이’는 보물
대중과 거리가 있었던 ‘배우 송일국’을 친숙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만들어 준 건 대한, 민국, 만세 세 아들이다. 송일국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며 ‘육아의 신’으로 거듭났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 속을 하도 썩여서 아들은 절대 안 낳고 싶었어요. 저 같은 아들 낳을까봐요. 그런데 대한, 민국, 만세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감사해요. 주위에서 아이들을 잘 키운다고 하시는데, 아이들이 잘 크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셋 다 기질이 순한 편이에요.”
지난 2008년 5세 연하 정승연 판사와 결혼한 송일국은 아이들을 키우는 데 원칙이 하나 있다. 부부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것. 그는 “부부가 원만하고 행복하면 아이들은 잘 자라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저는 의외의 것에서 잘 맞아요. 아내는 이성적인 대신 저는 감성적이라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아요. 직업만 봐도 아내는 이성의 끝판왕이고, 저는 감성의 끝판왕 이잖아요. 아내는 청각과 미각이 발달한 반면 저는 시각적인 것에 예민해요. 그래서 삼둥이 옷 입히는 건 다 제몫이죠. 제가 알아서 애들 옷이랑 소품까지 준비하니까 아내가 좋아해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입은 깔깔이 패션부터 고무신 등 모두 제 아이디어예요.”
◆연기는 나의 삶…넷째 출산 욕심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송일국. 하지만 어머니 김을동(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때문에 정계 진출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제가 가진 환경을 보면 그렇게 오해할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죠. 하지만 제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알아주실 것 같아요. 요즘은 영화로 실험적인 것들에 많이 도전하고 있어요. 연쇄살인범도 했고, ‘플라이 하이’라는 영화에서는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송일국은 ‘차기작으로 로맨스 연기를 기대해도 좋겠냐’는 질문에 “아이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저는 가릴 처지가 아니다. 주시는 역할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넷째 출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저는 넷째가 너무 낳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해요. 아내는 넷째가 딸인 보장만 있으면 낳겠다고 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