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역 교역량 증가로 수익성 모색
[뉴스핌=조인영 기자] 국내 대형선사들이 신흥국인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세계 경기를 대변하는 미국과 유럽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반면 동남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돼 대형사들이 수익성 돌파구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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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항로를 운항중인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한진해운> |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0일부터 우리나라 부산을 출발해 중국 톈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인천을 지나는 직항로 CTX(China Thailand Express)를 개설해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엔 22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이 투입돼 주 1회씩 운행한다.
기존에는 동남아로 화물을 보낼 경우 중국 등 기항지에서 다른 배로 화물을 옮겨 운송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번 직항로 개설로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한진해운도 최근 한국과 홍콩, 북베트남을 잇는 신규 노선을 구축했다. 1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장금상선과 1척씩 총 2척을 투입한다. 남베트남 노선도 상반기 중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면 유럽노선은 축소했다. 북유럽 주력 노선인 NE6(Asia-North Europe 6)에 투입되는 1만3000TEU급 선박 수를 11척에서 9척으로 줄이고 운항기간도 기항지에 따라 최대 5일까지 단축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선사들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대신 동남아로 진출하는 이유는 낮은 운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탓이다.
실제 해운업황을 대표하는 중국발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2014년 평균 1086포인트에서 2015년 872.5포인트로 하락한 뒤 2016년 3월 말 현재 659.2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CCFI는 2014년 839포인트, 2015년 721포인트, 2016년 3월 633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행 운임은 사상 최저치로 낮아졌다. 미서안 노선 운임은 현재 748달러로 2014년(평균 2032달러) 운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노선 역시 2014년 1082달러, 2015년 629달러에 이어 올해 3월 말엔 247달러로 떨어져 2년 새 77% 가량 급락했다.
극심한 시황침체로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시황이 양호한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교역량도 빠르게 늘고 있어 진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용이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 신흥국은 성장률이 높아 아시아 시장의 물동량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미 아시아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한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등이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동남아 진출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해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되면서 유럽이나 미국행은 1만3000TEU~1만5000TEU급까지 등장했다. 대형선박 등장에 소규모 배들이 단거리 노선으로 이동하는 전환배치(캐스캐이딩) 효과가 발생하면서 동남아 지역 공급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선박은 신흥국 항만에 들어서기엔 물리적으로 어렵고, 항만 인프라도 부족해 예상 보다 공급량이 크게 늘기는 쉽지 않다"며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이 중소형사들과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