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족이 아니라 생산성이 문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이 2009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성장률이 게걸음을 연출하는 것은 실물경제의 진단부터 통화정책의 초점이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주요국 정책자들과 국제기구의 전방위 부양책에도 성장률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생산성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 인구 고령화로 말미암은 생산성 저하가 성장률을 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통신> |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그렉 이프는 30일(현지시각) 칼럼을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중점을 둔 각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진단과 처방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4.9%까지 하락하며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지난 2010~2015년 평균 성장률은 2.1%에 그쳤다. 이는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했던 3.9%의 반토막에 불과한 성적이다.
사정은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실물경기는 말 그대로 미지근한 상태지만 실업률은 5.1%로 2007년 위기 이전보다 낮은 상태다.
침체를 오가는 일본 역시 실업률은 20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한 유로존도 2013년 이후 실업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고용 회복과 무관하게 성장률 하강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5%로 끌어내렸고, 월가에서는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6%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상황.
고용 지표와 실업률의 극심한 엇박자는 실물경제의 문제가 수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산성 저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프는 강조했다.
금리를 떨어뜨려 민간 수요를 확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부양하는 데 목적을 둔 통화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JP모간에 따르면 실제로 선진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0% 수준이며, 이머징마켓의 경우 후퇴하는 상황이다.
지난 2003~2007년 글로벌 생산성은 연 1.7% 성장했고, 현 수준이 유지된다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4%가 아닌 4.2%에 달했을 것이라고 JP모간은 주장했다.
소위 ‘머니 프린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이론적으로 그럴 듯한 논리이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이프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