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전학생 윤재(김시후). 세준(최태준)은 그런 윤재의 적응을 도와주고 두 사람은 그때부터 모든 걸 함께하게 된다. 이후 세준은 돈이 필요하다는 윤재의 말에 자신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한다. 하지만 그 일은 술에 취한 여성들을 노리는 성범죄. 윤재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함에 빠져들게 된다.
과거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라넷 사건이 전파를 탔다. 남성이 여성에게 술자리 합석을 제안, 술에 취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음란 사이트 소라넷에 게시한 사건으로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정희성 감독의 영화 ‘커터’는 술에 취한 여자들을 노리는 검은 손길을 그린 작품. 소라넷 사건과 많이 닮아있다.
실화와 영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술자리에서 여성들에게 합석을 제안하는 아르바이트생, 즉 가해자 중 일부를 고등학생으로 설정, 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인공인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바로 그 점이 논란의 여지를 만든다. 이들을 사회적 약자라는 안전지대에 넣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배경을 하나둘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레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론 메가폰을 잡은 정희성 감독은 “성범죄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비난받을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학생들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그 아이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보기엔 등장인물의 전사나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 캐릭터들의 내면을 파고들지 못하니 잔상에 남는 건 결국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과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시선이다.
논란의 여지는 또 있다. 김시후를 향한 최태준의 우정(이라 적었지만, 집착 혹은 사랑이라고 본다)이다. 도무지 설득당해 줄 수 없는 과도한 브로맨스 탓에 때때로 퀴어 영화 분위기가 읽힐 정도다. 이와 관련, 출연진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고등학생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반론했다.
반면 모두가 입을 모아 호평할 수 있는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해온 최태준, 김시후, 문가영(은영 역)은 예상보다 더 탄탄한 열연을 펼친다. 특히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에서 철없고 귀여운 막내아들로 전국 어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최태준의 ‘살벌한’ 연기 변신이 여러 이유에서 새롭다.
덧붙여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없어도 무방했을’ 가해자들의 여성 비하 대사나 행동이 불편할 수 있겠다. 메가폰을 잡은 이가 여성 감독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할 관객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 <사진=㈜엘픽쳐스·㈜스톰픽쳐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