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계파 갈등 확산…공관위, 일부 수용으로 갈등 봉합?
[뉴스핌=김나래 기자] 4·13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공천 갈등이 당 공식기구인 최고위원회의와 공천관리위원회 파행을 넘어 '옥새전쟁'(공천장에 필요한 당대표 직인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옥새전쟁'이란 당의 공식 총선 후보자를 증명하는 공천장에 필요한 당대표 직인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말한다.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는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계 의원을 대거 탈락시킨 지난 '3·15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어줄 수 없다는 '옥새투쟁'을 예고했다.
반면 친박계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까지 거론한 상태다. 비대위 구성은 최고위 해체를 전제한 것으로 김 대표의 권한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의미다. 유승민 공천 결론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계파갈등에서 비롯된 '옥새투쟁'과 '비대위 구성'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 비박 '옥세투쟁' vs 친박 '비대위 구성'…결말은?
김무성 대표는 17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횡포를 비판하며 마침내 공천 결정을 추인하는 최고위원회의 개최마저 거부했다. 여기서 김 대표가 마지막 공천안 심사에 도장 찍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저항'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왔다.
김 대표의 '옥새'라고 불릴만한 도장 중 하나는 당인(새누리당 도장)이고 다른 하나는 당 대표 직인이다. 공직선거법 제49조 2항(후보자 등록 등)에 따르면 정당 추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신청하되 추천 정당의 당인 및 그 대표자의 직인이 날인된 추천서 등을 등록 신청서에 첨부해야 한다. 즉 대표 직인 없는 공천장은 무효라는 뜻이다.
현재 김 대표가 문제 제기한 공천 논란의 핵심은 지난 14일과 15일 공관위가 결정한 공천안이다. 공관위는 이재오(서울 은평을)ㆍ진영(서울 용산)ㆍ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등 비박계 현역 의원을 대거 컷오프(경선배제)하고 ‘진박’ 예비후보들을 단수ㆍ우선추천하거나 경선후보로 올렸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이 공천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그러면서 18일 오전 다시 최고위를 열겠다고 했지만 논란이 된 공천안의 의결보다는 보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표결로 가야 하는 상황인데 표결로 가면 친박이 다수여서 김 대표의 주장이 힘을 얻기 어렵다. 현재 최고위원 9명 중 김 대표 편에 설 만한 사람은 김을동 최고위원 정도이고 김정훈 최고위원은 중립 성향이다. 나머지 서청원·이인제·원유철·김태호·이정현·안대희 최고위원은 모두 친박이다. 김 대표는 최대한 표결을 피한다는 방침이라 최악의 경우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어주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친박계 '최후의 카드'는 최고위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당헌 113조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등의 경우 비대위를 구성하게 돼 있다. 친박계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할 경우 최고위 의결 정족수(5명)에 미달하기 때문에 이는 기능 상실 상태로 해석될 수 있고, 따라서 비대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 대표를 몰아내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남아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 후보자의 선관위 등록이 24~25일이라 전국위 소집을 위한 공고 기간(3일) 등 비대위 구성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후보 등록일 이전에 비대위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 내부에서는 대부분 이번 갈등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전략적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가 언급한 곳 중에 어느 정도는 공관위가 수용하고 나머지는 공관위의 결정에 따르는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며 "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정치권 과거 '옥새전쟁' 사례는?
정치역사를 돌아보면 지난 2004년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쪼개져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이 서로 다른 대표 직인이 찍힌 공직후보추천자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하며 ‘옥새파동’을 겪은 선례가 있다.
당시 총선에서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추미애 전 의원은 총선을 보름 앞둔 3월30일 당내 쇄신차원에서 호남 및 수도권 중진의원 4명의 공천을 취소하는 내용으로 민주당 직인이 찍힌 공천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당시 당권파 수장이었던 조 전 대표는 추 전 의원이 작성한 공천장의 중앙선관위 등록을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민주당과 대표자 직인 변경등록신청을 제기, 추 전 의원의 공천장을 무효화시키고 공천 마감시간 5분 전에 등록을 마쳤다.
중앙선관위가 조순형 대표가 신청한 직인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선대위가 선관위에 가등록한 비례대표 안은 전면 무효화됐다.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는 일관되게 주장했던 개혁공천을 더 이상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소장파가 일관되게 주장하던 민주당 개혁공천이 포기됐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유사한 상황이긴 하지만 당시는 공천에 관한 견해 차이도 있었고 당 대표의 권한이 누구냐가 관건이었다"며 "이번에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을 확실히 가지고 있고 2004년 당시에는 선대위원장과 대표의 권한이 공존하는 상황이어서 내용은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