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어 사우디 나이지리아 등 시선 집중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동을 필두로 프론티어 마켓의 달러 페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달러화의 상승 추세에 보폭을 맞추기에 경제 펀더멘털이 턱없이 부진한 국가들이 페그제를 폐지하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집트가 14일(현지시각) 자국 통화 이집트 파운드를 달러화에 대해 무려 13% 평가절하하자 금융시장은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홍콩 달러화와 미국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채권시장의 6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데 따라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경우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중앙은행이 13%에 이르는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은 달러화 페그제 종료의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앞서 국제 유가 폭락으로 인해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산유국의 페그제가 위협 받은 데 이어 환율 시스템이 또 한 차례 화두로 부상한 셈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상품 가격 하락으로 재정난이 심화된 한편 실물경제가 위축된 국가들이 이집트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 국가들 사이에 이 같은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달러화에 대한 볼리바르의 가치를 37% 대폭 평가절하한 바 있다.
경제 펀더멘털이 하강하는 가운데 페그제로 인한 통화 가치 상승 압박이 실물경기를 더욱 해친다는 것이 정책자와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나이지리아 이외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바레인, 오만 등이 달러화 페그제 종료 및 전폭적인 통화 가치 절하에 나설 여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1개월 가량 국제 유가와 상품 가격이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인 강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이미 약 2년에 걸친 원자재 급락으로 인해 경제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와 라보뱅크 등 주요 IB는 최근 상품 가격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며,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강세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루이스 코스타 씨티그룹 외환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과감한 결정이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 모델이 될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이들 국가는 더 이상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통화 가치의 과격한 평가절하에 따르는 부작용이 없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민초들의 생활고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달러화에 페그된 환율 제도를 버리고 통화 가치가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투자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홍콩 달러화의 경우 기존의 페그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국발 충격이 금융시장을 흔들었을 때 홍콩 달러화 역시 페그제 완화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시장의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