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과 '안보·대북정책' 마련이 최우선 과제
[편집자주]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며 19대 국회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4년 전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출발한 19대 국회는 후반기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제활성화라는 주문과 압박 속에서 임기를 마무리한다. 쟁점법안에 대한 처리요건이 150석에서 180석으로 늘어난 국회선진화법의 한계 속에서 19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비교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뉴스핌은 4·13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 실적과 의정활동 등을 결산하고 20대 국회의 과제를 진단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뉴스핌=김나래 기자] 4년 전 출발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리고 있다. 국회의 양대 핵심업무인 입법 활동은 저조했고, 정부 예산심의는 허술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새로 도입된 국회법 개정안(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무능한 '식물국회'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 외에 법안심사과정에서 전문위원의 전문성 강화 부족, 상임위원회의 몰아치기 등 다양한 지적들이 19대 국회 비판론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20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과 '대북정책' 마련이 20대 국회의 최우선 당면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주범은 국회선진화법?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는 논란의 핵심은 국회선진화법이다. 선진화법은 여야가 사사건건 몸싸움을 벌이고 직권상정, 날치기, 장외투쟁 등으로 얼룩지는 '동물국회'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18대 국회 막판에 만들어져 19대부터 적용됐다.
야당의 반대로 현재 여당에서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 범위를 확대하고, 쟁점 법안의 의결정족수를 5분의 3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진화법을 두고 여당에선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사태를 들어 '야당 결재법'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에선 나라 살림이 정부 입맛대로 결정된다며 ‘정부 독재’를 문제 삼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여야의 정쟁은 오히려 격해져 주요 고비마다 국회는 '냉전'을 반복했다.
반면 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현재 여야 대치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즉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헌법·선거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른바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와 야, 청와대와 야당이 무한 대치하는 상황은 지나치게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과 법안 처리도 당리당략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정치 구도가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대 국회의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은 다수결 원칙을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 상태로 가게 되면 20대 국회에도 거의 똑같은 현상을 볼 게 뻔하기 때문에 선진화법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회에서 법을 만든 건데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취지대로 잘 운영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비생산적이었던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된 것이 1차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국회는 자율적으로 여야 간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상임위 몰아치기 법안심사 근절·법안심사과정 전문성 강화 필요
19대 국회 상임위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몰아치기 법안심사'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제337회 정기회 보건복지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는 무려 305건이 상정돼 심사됐다. 한달 후 열린 제338회 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는 무려 400건이 심사안건으로 올라왔다.
이렇다보니 일괄상정에 일괄심사로 법안의 명칭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다. 특히 의원들의 이의제기가 없는 경우 일사처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실장은 "법안심사시에는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처리되는 경우가 드문데 상임위 회의를 자주 해서 회의 예정순서대로 법안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헀다.
법률소비자연맹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상임위 전문위원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가 상임위원회 별로 다르고 법안 별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통일하고, 전문인력 풀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밖에 법률소비자연맹은 재·보궐 선거는 2년 이상 임기가 남은 경우에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면 많은 선거비용이 추가 지출 됨에도 여기서 선출된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은 부실하다는 것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선거에 대한 수사 재판이나 국회의원의 비위에 대한 수사재판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임기가 2년 이상 남지 않은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20대 국회 핵심 이슈는 '미래 성장동력'과 '안보·대북정책'
20대 총선 경제공약으로 여당은 '미래성장동력', 야당은 '불평등 해소'를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슬로건은 '내수산업 활성화와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지속적 일자리 만들기'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 잘사는 공정한 대한민국'이 슬로건이다.
최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정부와 20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로 경제성장(2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단골 최대 중점과제였던 경제 양극화 완화(18.6%)를 앞선 것이다. 19대 총선에선 경제 양극화 완화가 35.2%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성장(21.5%)이 뒤를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경제성장과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 커졌다는 뜻이 된다.
이필상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기존산업이 흔들리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산업과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R&D 투자와 규제 완화는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 전 총장은 "특히 미래성장동력 창출의 과제중 하나는 청년"이라며 "청년은 성장동력의 잠재력중 하나로서 R&D 투자 기술혁신부서,신상품개발부서 등 부서를 많이 만들어 청년 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보다는 제대로 된 정책 입안과정 부재와 일관성 없는 정책입법자들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우리 경제 현실에서 정책적 과제는 너무나 많지만 정책을 입법하고 집행하는 매카니즘이 만들어 지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얘기해도 의미 없다"며 "소득주도 성장론을 편다고 양극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경제주체들이 인내심을 강화하고 정책결정자들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이슈 외에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으로 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안보·대북 이슈가 급부상했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안보 강화(11.9%)와 남북관계 개선(6.7%) 등이 중점 추진돼야 할 국정과제로 꼽혔다. 19대 총선 당시 국가안보와 남북관계 이슈가 각각 4.4%나 4.9%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경태 한우리통일복지국가연구원장은 "남북관계는 완전히 파탄난 것과 다름없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한민족의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결정을 담당하는 대다수 기득권층들이 그들의 패러다임이나 이익에 초점을 맞춰서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국회에서 남북관계를 이렇게 내려놓자고 해선 안된다"며 "정치군사적으로는 대응을 해도 경제 문화쪽은 계속 확대하는 방향으로 문을 열어 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