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잰걸음..씨티 '제약주 줄이고 원자재 산다'
유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강한 반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가 급락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둘러싼 공포의 진원지인 상품시장에 대해 바닥 선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주목된다.
유가를 필두로 주요 상품 가격이 마침내 바닥을 찍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에너지 섹터 역시 매수 타이밍이라는 판단이다.
월가의 진단이 적중할 경우 거시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크게 희석되는 한편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원유 재고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유가가 급락하지 않은 데서 바닥의 근거를 찾았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최근 2주 가량 오름세를 지속, 배럴당 34달러 선을 회복한 가운데 메이저급 악재에 ‘팔자’가 쏟아지지 않은 것은 분명한 기류 변화라는 얘기다.
구리를 포함한 그 밖에 주요 원자재 역시 추세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나단 화이트헤드 소시에테 제네랄 글로벌 상품 헤드는 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WTI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나친 비관이었다”며 “전세계 원유 과잉 재고 물량을 저장할 만큼 충분한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면 유가는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미 석유 관련 종목은 강한 모멘텀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엑손 모빌과 셰브런, 영국 BP와 로열 더치 셸은 지난 1월 하순 이후 10~30%에 달하는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중소형 석유 종목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유가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산유국들의 생산 동결이 호재로 작용,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중소형 종목이 상대적으로 강한 랠리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 밖에 상품 시장도 훈풍을 내고 있다. 철광석과 아연, 구리 등 중국 리스크와 침체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던 원자재 가격이 지난 2월 이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철광석은 연초 이후 20% 반등하며 톤 당 50달러 선을 뛰어 넘었다.
앞서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는 세계 구리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월가의 일부 투자은행(IB)은 이미 포트폴리오 변경에 본격 착수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섹터의 비중을 줄이고 원자재 관련 종목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
씨티그룹의 안토닌 줄리어 주식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미국 투자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 사이 제약주를 팔고 에너지와 광산 섹터 가운데 펀더멘털을 갖춘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BHP 빌리턴과 리오 틴토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실적인 위기 대처에 따라 앞으로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배당 지급 역시 쏠쏠하다는 평가다.
다만 상품 가격의 바닥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한편 공격적인 베팅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맥쿼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가 반등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WTI가 재차 배럴당 30달러 내외로 밀리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