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썰물 진정, 올해 10% 상승 전망 '고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걷잡을 수 없는 자금 썰물에 마침내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자금 유출이 진정되면서 이머징마켓이 추세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2월 이머징마켓 펀드의 자금 유출이 2억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주식 펀드에서 11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 펀드로 9억달러가 유입됐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투자자들의 신흥국 자산 ‘팔자’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기류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IIF의 진단이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됐던 대규모 자금 유출이 종료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머징마켓은 최근 몇 년 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모면하지 못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발 금융시장 대혼란과 신흥국 전반의 성장 둔화 및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극심한 ‘팔자’에 시달렸다.
지난해 이머징마켓을 빠져나간 자본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상품 시장 하락 등 악재가 여전하지만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움직임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포트폴리오의 반전이 본격화됐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시장 변동성 상승에도 전체 펀드의 자금 유출이 줄어든 점에 의미를 둘 만 하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금리인상 기대가 크게 꺾이면서 펀드 플로에 훈풍을 몰고 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월 하순부터 국제 유가가 강하게 반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하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유가 상승과 주가 동반 강세 이어 변동성 하락의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월가 투자은행(IB) 사이에서도 이머징마켓에 대한 낙관적인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내고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종료하고, ‘전략적 강세’ 기조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 통화정책 역시 안정을 이루고 있다며 BofA는 투자의견 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주요 신흥국의 구매관리자지수가 개선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기순환주가 유망해 보인다고 BofA는 판단했다. 유틸리티와 통신, 필수 소비재의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경기 회복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섹터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앞서 씨티그룹 역시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높여 잡았다. 달러화의 강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머징마켓 자금 흐름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다.
중국의 성장 둔화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았지만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씨티그룹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씨티그룹은 올해 말까지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달러화 기준으로 10% 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