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올해 주식시장은 마이너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연초부터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선진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는 틈에서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기대를 걸었던 미국에서도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이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부진한 세계 경제의 실제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18일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주요지수 동향을 보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6% 넘게 하락했고, 유럽 증시의 스톡스600 지수도 10% 넘게 빠졌다.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와 상하이종합주가지수 역시 각각 15%, 19%가량 떨어진 상태.
골드만삭스가 최근 홍콩에서 개최한 거시경제 콘퍼런스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60%의 응답자는 올해 세계 주식시장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록브릿지에서 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통신> |
◆ 유가 하락 긍정적 효과 빼면 성장률 더 '암울'
헤지펀드 플로린 코트 캐피탈의 매니저 더글러스 그리닉은 "실제 경제성장률이 어떤지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 세계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닉 매니저는 유가 하락이 성장률에 미쳤을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경기 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한 유가 하락은 세계 주식시장 혼란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켜 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가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역별로 성장률 상승효과가 미국에서 1%, 중국에서 2%, 유로존에서 0.4%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닉 매니저는 지난 7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50달러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내려온 현재 저유가의 부양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시스템을 통한 영향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유가 하락이 성장률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리닉 매니저는 "저유가의 긍정적인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면서 선진국의 성장률을 1% 미만으로 봤으며 미국의 성장률을 1%로 추정했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사진=블룸버그통신> |
◆ 미국 침체 우려, 중국 경제·마이너스 금리의 맨얼굴
중국 경제의 민낯도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6.9%를 기록했다는 중국 정부의 성장률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중국의 성장률이 이미 4%에서 5% 중반까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커지고 있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시장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전날 보고서에서 시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50%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과 물가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지난해 12월 약 10년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올해 4차례로 예상한 긴축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준은 전일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경제의 하방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고,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BofA-ML은 연준이 올해 말이 되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유예하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전통적 방식의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의도와는 달리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ING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2%만이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소비를 늘리겠다고 답했으며 대부분은 돈을 안전한 곳에 쌓아둘 것이라고 응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