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net 프로듀스101> |
[뉴스핌=양진영 기자] 결국 '프로듀스101'은 욕하면서 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됐다.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과 동시에 논란의 여지를 남겼던 이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Mnet '프로듀스101'. 이제는 비단 방영 날짜와 상관없이 주요 연습생들의 이름과 온라인상에 공개되는 직캠 순위가 연일 화제다. 시청률 추이도 나쁘지 않다. 4회까지 방송한 현재 3%(닐슨코리아)대로 선방 중이다.
무엇보다 김세정, 전소미, 김소혜 등 몇몇 연습생의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온·오프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습생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방송 외에 따로 공개한 개인 직캠이나 팀 미션 영상을 통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자연히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가 됐단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 논란 또 논란, 계속된 악재…오히려 화제성에 불 붙였나
'프로듀스101'을 둘러싼 논란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기획 단계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잔인한 설정이 어디까지 가느냐는 비판은 시작에 불과했다. 방송 이후 본격적으로 연습생들간 분량 논란, 악마의 편집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고 이 프로그램을 달갑게 보는 이들은 많이 않았다.
MC 장근석을 비롯해 코치이자 멘토로 등장하는 제아, 가희, 배윤정 등이 보인 자신의 취향, 인맥 위주의 편파적인 태도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분량 논란이 불거졌다. 실력이 탄탄한 연습생들을 내보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납득할 수 없는 출연자의 성장 서사가 삽입되는가 하면, 방송을 본 이들은 이름이 알려진 주요 기획사 위주로 조명을 받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연습생들 하나 하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과거 행적, 이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연습생 중에는 과거 성형 시술을 받기 전 사진이나 미성년자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증거가 공개된 이도 있다.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연습생들이 많고 방송이 한참 남은 것을 생각하면 어떤 문제가 또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Mnet 한동철 국장이 '프로듀스101' 계약서 유출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여기에 Mnet과 출연 연습생들이 맺은 계약서까지 유출되며 또 논란을 낳았다. 방송사 측은 그간 숱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된 '악마의 편집' 부분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조항을 넣으며 연습생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맺었다는 시선을 받게 됐다.
Mnet 한동철 국장은 “계약서를 살펴보면 스토리 왜곡에는 출연진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게 돼있다”면서도 “하지만 편집권은 우리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법률팀이 작성을 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방송국과 PD의 고유의 편집권을 설명한 것이다. 단지 법률적인 해석이고 범용적인 문장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논란들이 '프로듀스101'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날개를 달아줬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고운 시선이 아니더라도 일단 보다보면 정이 붙게 마련. 게다가 상대는 98명의 귀여운 소녀들이다. 이들은 물론 '프로듀스101' 제작진이 대체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지켜보자는 이들이 주 시청층이 된 모양새다.
◆ 외면할 수 없는 소녀들의 열정, 네티즌을 움직였다
다행인 것은 '프로듀스101'의 편집 방향이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의 교훈일까. 98명이나 되는 어린 소녀들을 서로 견제하고 질투하는 경쟁의 주인공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프로듀스101'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바로 연습생들의 진심이다. 미션을 앞두고 서로 대립하거나 견제를 하기보다 똘똘 뭉쳐서 '부둥부둥'하는 장면에서 공감했다.
젤리피쉬 소속의 실력파 연습생 김세정이 부족한 김소혜를 직접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대중의 호감도는 수직 상승했고 그를 1위로 만들어놨다. 김세정은 방송상 공개된 순위로도, 온라인 직캠 조횟수로도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사진=Mnet 프로듀스101> |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연습생들의 면면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무려 10년째 연습생으로 지내온 허찬미와 퓨리티로 한번 데뷔했다가 쓴 맛을 본 윤채경, 조시윤에게는 격려 섞인 응원이 쏟아지는 중이다.
특히 유연정, 황수연 등 숨어있던 실력자들이 제대로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프로듀스101'는 본격적인 재미 요소를 갖추게 됐다. 스타쉽 소속 유연정은 걸그룹에 최적화된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보컬로, 황수연은 빈틈 없는 보컬과 의외의 걸크러쉬 매력으로 주목받게 됐다. 아직 인지도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실력자들이 제대로 조명을 받아야만 '프로듀스101'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가장 잘하는 연습생이 아니라 가장 많이 느는 연습생이 집중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8명의 연습생 중 현재 상위권을 차지한 이들을 제치고 등장할 '프로듀스101'의 새로운 주인공이 누구일지, 우리는 기대할 수밖에 없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