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비웃는 일본 실물경제
중국 신용 급팽창, 정책 노선 엇박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경기 부양을 겨냥한 일본 아베노믹스부터 영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확립하는 데 주안점을 둔 중국의 경제 개혁까지 표류하는 조짐이 두드러진다.
주요국이 추진중인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밝힌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상황이 포착, 재계와 금융시장의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지난 4분기 이익이 10%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로 인해 앞으로 수익성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 <출처=블룸버그통신> |
인플레이션의 반등 가능성은 엿보기 힘들고, 임금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말 힘이 실렸던 주가 상승 기대 역시 이미 한풀 꺾였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앞서 제기된 가운데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츠비시 UFJ 모간 스탠리 증권 전략가는 “엔화 강세가 올해 기업 수익성을 강타할 수밖에 없다”며 “엔화 상승 폭과 기간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달러/엔이 3월 말까지 100엔까지 하락한 뒤 연말 95엔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자동차부터 가전까지 일본 수출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향후 전망까지 흐리게 하는 부분이다.
증시 전망 역시 후퇴하고 있다. 노무라는 올해 말 닛케이 225 평균주가 전망치를 종전 2만2500~2만3500에서 1만9000~2만2000으로 낮춰 잡았다.
사정은 중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신용이 급팽창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한 성장 모델을 내수 중심의 영속 가능한 구조로 개혁한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놓고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기업의 중장기 여신이 1조600억위안(1626억달러)로, 전월 대비 205% 급증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 기업 부문 총 여신은 2조5000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한계 기업과 소위 좀비 기업을 정리하고, 버블을 해소한다는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결과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중장기 가계 대출 역시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로 늘어났다.
이번 지표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곱지 않다. 데이비드 헨슬리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경기 경착륙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신용 버블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이 34% 증가,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외형을 확대한 만큼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내달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책을 확실시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안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CFA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월가 투자자의 3분의 1 가량이 앞으로 3년 이내 메가톤급 금융위기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