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2003년 대구,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채수빈)가 실종된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헤맨다. 그리고 모두가 포기하려며 해관을 말리던 그때, 그 앞에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가 나타난다.
영화 ‘로봇, 소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하지만 로봇이 등장하는 여타 영화와 달리 ‘휴먼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로봇이라는 생소한 소재에 부성애, 우정 등 우리네 감정을 입힌 것. 여기에 시간적 배경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맞춰 의미를 더했다.
뜻밖인 건 눈물 콧물 다 짜게 할 듯했던 이 영화의 출발 지점은 ‘웃음’이라는 거다. ‘로봇, 소리’는 극 초반부터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웃음을 안긴다. 덕분에 소리와 해관의 만남과 이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다만 이 웃음 포인트가 많다 보니 후반부, 상황이 급변했을 때 감정 이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아 슬픔으로 치닫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 무리수 설정이야 ‘로봇과 인간의 부성애’라는 영화의 큰 줄기를 알고 극장을 찾은 이들이 각오해야 할 부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당연히 훌륭하다.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은 이성민은 언제나처럼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속내를 표현하는 것부터 로봇과 감정을 교류하는 것까지, 뭐하나 쉽지 않건만 도대체 흔들림이 없다. 혹여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면 그건 온전히 이성민 덕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오빠 생각’과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이희준이나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이하늬의 몸짓도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이성민이 몇 번이고 감탄한,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심은경의 소리 목소리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깜찍한 소리 목소리는 관객을 시종일관 미소짓게 한다.
덧붙이자면 모두가 궁금해할 ‘응답하라 1988’ 류준열의 등장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나치게 짧은(?) 감은 있지만, ‘어남류’ 팬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듯하다. 다만 ‘츤데레’ 정환을 기대하지는 말 것. 오는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