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전담 법무사 쓰면, 은행이 사용자로 손해배상책임 있어"
[뉴스핌=한기진 기자] # 2014년 1월 김모씨는 대구 소재 아파트 한 채를 4억3300만원에 공동소유자 조모씨와 장모씨로부터 매수한다. 김씨는 3억2500만원을 지급했고 나머지1억1500만원은 아파트담보대출을 받기로 했다.
그러자 이 아파트 선순위근저당권자(채권채고액 3억원)인 A은행 대구 지점은, 기존 대출자가 빚을 모두 갚아야만 김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와 담보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은행 전담 법무사에 모든 등기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동의도 김씨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이 법무사의 이 모 사무장이 아파트 원래 소유자가 근저당권을 말소하기 위해 건넨 2억5000만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터진다. 결국 이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가고 말았다.
김 씨는 A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은행이 지정한 법무사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사용자(A은행)가 책임져야 한다." 김 씨는 은행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 |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은 작년 10월 김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A은행과 허 사무장이 함께 2억6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단은 은행이 전담 법무사의 ‘사용자’로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라는 근거는 A은행이 박 법무사를 통해서만 등기 사무를 처리하도록 했고, 대출자로부터 등기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은행이 지시한 대로 사무를 처리한 점을 종합해보면 법무사를 지휘 감독하는 관계로 인정한 데서 찾았다.
법원은 “이 사건의 근저당권설정 업무와 선순위근저당권 말소는 은행의 최선순위 담보권 확보를 위한 사무집행행위이고 이를 법무사가 대신 처리하는 과정에서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A은행은 “은행이 법무사와 위임관계나 약정을 체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이유가 없다”며 항소했다.
은행은 대출시 반드시 전담 법무사를 통해 등기 업무를 처리한다. 한가지 예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새누리당)의 작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은 108명의 지정 법무사를 두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업무능력이 검증된 법무사와 일하는 장점이 있다. 매년 법무사 업무수행 평가표에 따라 기존 법무사와 재계약하거나 새로운 법무사와 신규계약을 한다.
문제는 재계약 투명성에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유의동 의원은 “산업은행의 평가점수에서 80점을 받은 4명은 모든 영역에서 똑같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정법무사 중 일부는 산업은행 퇴직자로 몇몇 법무사가 업무를 독식하는 것은 은행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객입장에서는 등기 수수료가 낮은 법무사를 골라 쓸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작년 경기 화성 동탄2 우남퍼스트빌 입주예정자들이 공개입찰로 C법무사를 선정했지만, 중도금 대출은행인 국민은행은 지정 등록 D법무사에 등기업무를 위탁해야 한다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끔 사무장 횡령 사고가 있지만 은행과 일할 정도의 법무사면 실력과 신뢰가 검증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