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반전세, 뉴스테이 활용이 대안"
[뉴스핌=최주은 기자] # 결혼 5년차 주부 A씨는 최근 전세 만료 기간이 다가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재계약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8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해서다. 부동산에 다른 집을 알아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A씨는 강동구 고덕동에서 6년을 살았다. 최근 이 곳과 주변지역은 재건축 이주로 전세물량이 귀해져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속속 올려받고 있는 상황이다.
# 전세 만기가 돌아온 직장인 B씨는 집주인의 요구로 최근 임대차 계약을 전세에서 월세로 바꿨다. B씨는 용산구 남영동에 40m²의 다세대 주택을 계약할까 했지만 포기했다. 대출이 전세보증금의 절반을 차지해서다. 이 다세대 주택은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에 대출이 6000만원이다. 시세는 1억4000만원으로 전세보증금과 대출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를 웃돌았다. 이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모두 회수할 수 없어 B씨는 기존 주택을 월세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전세 세입자들이 집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셋값이 급격하게 오른 가운데 전세 매물도 귀해서다. 운 좋게 가격이 알맞은 전셋집을 찾았다고 생각했더라도 좋아하기에는 이르다. 집주인이 주민등록 이전 금지와 같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대출이 많은 주택일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이들 세입자는 전셋집 주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셋집의 품귀현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을 관계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봄 이사철과 강남발 대규모 재건축 이주는 세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과 매물 감소로 인해 전세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년 보다 5600만원 올랐다. 반면 평균 매매가격은 3192만원 상승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말 기준 72%를 기록했다. 특히 성북구(82.6%)와 강서구(80.1%), 동작구(79.6%) 등은 평균 보다 높은 전세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면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은 현실화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분석했다. 올 한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으로 2만여가구가 이주할 전망이다.
전세가 상승과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월세 비율은 44.2%로 전년 41.0%보다 3.2% 포인트 늘어났다. 월세 비율은 해마다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확정일자를 받은 가구만 집계된 수치다. 실제 월세 가구는 더욱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전세나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최근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무조건 월세를 피하기보다 반전세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 집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를 주기보다 전환이율(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최근 시장에서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이율은 아파트의 경우 5~6%대”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아파트 이외 빌라나 다가구, 다세대 등으로 안목을 넓히면 좀 더 많은 전세 매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시행하는 임대주택 시프트나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 청약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