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수정(문채원)과 재현(유연석)은 부산행 KTX 열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다. 자꾸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수정에게 재현이 건넨 한 마디는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재현다운 대시. 하지만 10년째 한 남자와 연애 중인 철벽녀 수정에게는 그저 이상한 남자로 보일 뿐이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클리셰와 작위적인 상황 투성인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예상외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단순히 ‘원나잇’이라는 도발적인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극 초반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벌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꽤 흥미진진하다. 때로는 알콩달콩 설레고 때로는 낄낄거릴 만큼 우스운 이들의 밀당에 연애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는 유연석과 문채원이 제 몫을 해냈으니 나온 결과다.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조재윤, 김슬기, 리지 등이 힘을 보태 감초 역할을 했다. 종종 조재윤의 뜬금없는 B급 유머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소소한 웃음 포인트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나열한 이 모든 장점이 극 중반, 즉 두 사람이 KTX 앞에서 헤어지기 전까지만 해당한다는 데 있다. 두 사람이 카페에서 재회하면서 스크린 속 분위기도 극장 분위기도 급변한다. 감정이 본격화되면서 이야기가 지칠 줄 모르고 늘어지는 것. 관객의 감정은 멈췄는데 두 주연배우는 서로를 오해하고 이해하며 쉴 틈 없이 느낌을 주고받는다. 자연스레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호한 수위도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문채원은 “시나리오 초고는 20대 판 ‘연애의 목적’이었다. 더 수위 높은 장면과 대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을 뻔했다. 자극적이지도 섹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건전하거나 건강하지도 않은 어중간함.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이 애매한 선 탓에 누구에게 추천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