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건설 등 미청구공사 중 플랜트 비중 60% 수준..유가회복까지 부실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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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저유가 쇼크'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수주의 '효자종목'이었던 플랜트(Plant)부문에서 미청구공사 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것.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주처가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건설사들의 부실 위험(리스크)도 덩달아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중 플랜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올해 초 50%대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했지만 발주처에서 아직 받지 못한 공사비를 말한다. 하지만 발주처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부해 시공사가 청구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비 지급이 지연돼도 통상 그에 따른 이자가 붙지 않는다. 발주처가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비 일부를 떼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자칫 부실채권이 될 우려도 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는 5조4000억원이다. 이중 플랜트(전력부문 포함) 미청구공사가 3조1800억원으로 전체의 58.8를 차지한다. 작년 말 51.9%에서 비중이 높아진 것.
올해 이 회사의 전체 미청구공사는 3000억원 정도 늘었다. 주택시장 호황에 주택과 건설 등 타 사업부문의 미청구공사는 크게 줄었으나 플랜트부문의 증가로 전체 미청구공사 규모가 늘었다.
GS건설의 플랜트 미청구공사는 1조9800억원이다. 작년 말 1조3300억원에서 6500억원 증가했다. 전체 미청구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5.8%에서 62.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플랜트부문 미청구공사가 4600억원에서 58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2%에서 37.4%로 높아졌다. 한화건설도 해외 도급사업의 미청구공사가 3000억원에서 4800억원으로 늘었다. 미청구공사 대부분이 해외 플랜트 사업. 이 때문에 전체 미청구공사가 6700억원에서 82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중 플랜트 비중이 가장 높다. 플랜트는 건축, 주택보다 광범위한 사업으로 토목, 기계·설비, 전력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짓는 프로젝트다. 상대적으로 공사기간이 길고 공사비도 많이 투입된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 450억달러(52조96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256억달러(30조1300억원)가 플랜트 사업 매출이다.
플랜트부문은 한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며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업 수주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전과 관계돼 있어 저유가 이후 사업 필요성이 줄어든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플랜트부문 미청구공사 증가세가 향후에도 계속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플랜트 사업이 많은 중동지역 발주처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돼서다. 두바이유가 7년 만에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 5월 60달러 선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 중동의 맹주이자 최대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채를 발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중동 발주처가 공사비 지급을 늦추는 일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발주처와 시공사간 공사비를 둘러싼 마찰도 예상된다.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가 투입돼도 비용처리가 쉽지 않다. 준공시점이 지연될 경우 그 책임도 따져야 한다. 시공사 책임이 일부 인정될 경우 발주처의 예상 매출까지 배상해야 해 건설사 부담은 더욱 커진다.
대형 건설사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 발주처가 유가하락에 자금난을 겪자 국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가 크게 늘었다”며 “공사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원가율 상승압박도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는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다”며 “현재로선 사업 불투명성이 커 플랜트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