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정우(34)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간 공식·비공식석상에서 봐온 모습으로 짐작건대 그는 대중이 기억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쓰레기, 김재준과 흡사하다. 눈물과 웃음이 많고 툭툭 내뱉는 말에는 애정이 있다.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분위기도 곧잘 띄운다.
그런데 최근 한 달을 돌아보면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신작 ‘히말라야’의 공식 석상에서 본 정우는 늘 어두웠다. 유독 말을 아꼈고 농담을 삼갔다. 분명히 막내인데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언제나 선배들 몫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영화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가 결국엔 변하고 말았다고.
하지만 인터뷰 차 정우를 만난 후 이 모든 게 오해임을 알게됐다. 유독 조심스레 말을 뱉던 그는 매순간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고 있었다. 엄홍길(황정민)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히말라야’에서 맡은 역할 때문이었다. 극중 정우는 이제는 산이 돼 버린 고 박무택 대원을 연기했다.
“고인이 되신 분을 연기하면서 마냥 웃고 떠들 수는 없었어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밝은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도 좋은 의미지만, 그분 가족들이 생각하기엔 아닐 거예요. 제가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거죠. 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감히 웃고 떠들 수 있겠어요. 영화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돼요. 마냥 편하진 않죠.”
마음만 무거웠다면 다행이건만, 정우는 이번 촬영에서 육체적인 고통도 겪어야 했다. 국내에서는 낙석을 피하느라 고생했고, 해외에서는 극심한 고산병을 견뎌야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느꼈을 정도다.
“시나리오 봤을 때는 상상을 못했어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았고 훨씬 힘들었죠. 거의 산악인들이 사용하는 방법대로 촬영했거든요. 물론 춥다, 아프다, 고되다는 생각은 했죠. 그런데 그렇다고 어떻게 포기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이 힘들어하는데. 서로 의지하면서 지냈으니까 가능하지 않았나 해요. 그랬기에 절대 후회도 없고요.”
물론 모든 일에는 득이 있으면 실이 있고, 실이 있으면 득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 고통 뒤에는 값진 가르침이 따라왔다. 정우는 약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직접 부딪히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배우 정우와 사람 김정국(정우의 본명)은 성장했다.
“살면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 봤고 타지에 가서 먹고 자고 견디면서 며칠을 지냈잖아요. 물론 힘들었지만, 말한 대로 다른 이들과 함께 견뎠고요.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가다 이것 이상의 어려움이 닥쳐도 이번 촬영을 토대로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큰 경험을 준 작품이에요.”
차기작은 미정이다. 정우는 영화, 드라마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빨리 고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차기작을 고르는 게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대중의 기대치가 커진 것도 사실, 바로 다음 작품이자 ‘히말라야’의 전작 ‘쎄시봉’의 흥행 부진으로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부담감 있죠. 기대치와 관심도가 높아지니 책임감도 커지고요. 하지만 솔직히 관심 없는 거보다 낫잖아요. 더군다나 이런 부담이 심적 압박으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전 그저 항상 행복하려고 해요. 연기할 때도, 사람으로 살 때도요. 그래서 좀 편하고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연애(정우는 지난 2012년부터 배우 김유미와 공개 열애 중이다)도 마찬가지고. 잘 지내냐고요? 에이, 다 아시면서(웃음).”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는 날은 머지않았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ICELAND(아이슬란드)’의 방송을 앞두고 있는 것. 정우와 정상훈, 조정석, 강하늘의 여행기는 오는 2016년 1월1일 전파를 탄다.
“‘히말라야’ 갔다 와서 바로 무전여행을 갔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또 다른 충전의 시간이 됐어요. 힐링한 기분이었죠. 정말 제가 다녀온 여행 중에 가장 좋았어요. 멤버들도 더할 나위 없었고요. 아마 또 거기서는 ‘히말라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뭐 어떻게 보면 다 알던 정우의 모습이겠지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