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처음으로 장기재정전망...민관합동 1년간 실무작업
[뉴스핌=정경환 기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내년에 사상 최초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까지 높아져 재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2060년에는 이 비율이 60%를 넘어설 수 있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도 기금 고갈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씀씀이를 줄이는 세출구조조정과 재원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신규 의무지출 도입을 금지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등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4일 내놓은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잠재성장률 둔화와 고령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재정 여건이 크게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잠재성장률 둔화로 재정수입 증가세 약화, 복지제도 성숙,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미래 재정건전성의 압박요인이 있어 장기 재정여건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60년 국가채무가 지속적인 세출 구조조정 노력이 없을 경우 GDP 대비 62%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사회보험은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인해 지속가능하지 못하므로 제도 개혁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반재정부문, 2060년 국가채무 GDP의 62%까지 이를 수 있어
먼저, 일반재정부문에서 2060년 국가채무가 GDP의 38~62%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재정부문은 국세 등을 재원으로 지출하는 부문(예산, 기금 등)을 말한다. 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재량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재량지출은 재정지출이 필요한 사항 중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노 재정관리관은 "재량지출이 경제규모가 성장하는 수준(경상성장률)으로 증가하는 경우, 국가채무는 점차 늘어나 2060년에는 GDP 대비 62%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성장률 및 재정수입 증가율이 지속 하락하는 반면, 복지·고령화 관련 지출과 지방이전 재원, 이자지출 등 지출이 의무화돼 있는 의무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재량지출을 경상성장률로 증가하는 수준보다 낮게 세출 구조조정한다면 국가채무는 2060년에 GDP의 38%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 재정관리관은 "앞선 62% 시나리오에서 매년 자연증가하는 재량지출액 중 10%를 삭감하는 세출 구조조정을 거치면, 2020년의 경우에 자연증가분 10조원에서 1조원이 삭감되는 것"이라며 "일반재정부문은 '2015 ~ 2019 중기계획'에서와 같은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하고 새로운 의무지출이 도입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2%, 38% 두 경우 모두 2060년까지 OECD 국가 평균(2016년, 115.4%) 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근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 재정을 모범 국가로 평가한 결과와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채무 전망(%, GDP 대비), 기획재정부. |
◆ 사회보험, 기금 고갈될 것…"개혁 필요"
아울러 사회보험부문은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성이 없으므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 재정관리관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학연금 등 사회보험료(기여금)를 재원으로 지출하는 사회보험부문은 기금 고갈 등으로 현 제도 유지 시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2044년에 적자가 발생한 이후 2060년에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또 사학연금 기금이 올해 말 사학연금개혁으로 적자 전환 시점을 6년, 기금 고갈 시점을 10년 연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역시 2027년에 적자 발생, 2042년에 기금 고갈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도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의 증가에 따라 각각 2025년과 2028년 경에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산재보험은 2019년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나, 적자 규모가 크지 않아 보험요율 등을 소폭 조정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고용보험도 재정건전성을 지속 유지할 것이라고 정부가 전망했다.
이 같은 사회보험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부담을 늘리는 경우, 2060년에 국민부담률이 현재 28.4% 에서 39.8%로 11.4%p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고갈을 급여지출 축소로 대응하는 경우에는 2060년 국민혜택이 당초 대비 46% 수준으로 축소됐다.
◆ 성장률 제고가 근본 해결책…재정 전략·개혁도 시급
장기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성장률 제고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란게 정부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화 대책 및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연평균 성장률을 2016 ~ 2020년 3.6%, 2020 ~ 2030년 2.6%, 2030 ~ 2040년 1.9%, 2040 ~ 2050년 1.4%, 2050 ~ 2060년 1.1%로 전망했다.
노 재정관리관은 "성장률 제고 등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및 미래 대비 장기재정전략을 수립·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재정부문은 재원 대책이 없으면 신규 의무지출이나 기존 의무지출의 지원 대상 확대 및 단가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유사중복 부분을 정비하고 예산낭비 제거 등 지속적인 세출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재정지출제도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재원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신규 의무지출 도입을 금지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등 재정준칙의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Pay-go 제도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사회보험부문은 지속가능성이 없으므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하는 최초의 장기재정전망이다. 관련 전문가 27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장기재정전망협의회(위원장 재정관리관)에서 지난 1년간 실무작업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노 재정관리관은 "1년단위 예산이나 5년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으로는 분석할 수 없었던 인구 변화 및 장기성장률 추세를 반영해 미래 재정을 전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장기재정전망에서 시사된 향후 재정위험요인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