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정재영(왼쪽)과 박보영 <사진=NEW> |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연예인 취재가 주 업무인 기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현직 연예부 기자가 쓴, 리얼하고 탄탄한 원작에 잘 빠진 예고편 덕에 개봉 전부터 기대감도 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베일을 벗으니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이 도드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스토리다.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가장 큰 주제조차 그냥 훑고 지나간다. 어설프게 옮겨 놓은 러브라인(극중 박보영은 대학 선배이자 회사 동료 류덕환과 사랑에 빠진다)은 쓸데없는 사족처럼 느껴지고 교훈을 주기 위해 뜬금없이 훅훅 들어오는 장면은 너무 진지해 당황스럽다.
또한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서글픈 현 사회의 이면은 보다 만 기분이다. 엉성한 비판은 한낱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정기훈 감독은 망각한 듯하다. 오히려 이런 잡다한 이야기를 모두 덜어내고 사회 초년생, 혹은 직장인들의 애환에 더욱 집중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원작의 큰 줄기를 따르면서도 끝내 바꿔 버린 결말도 식상하다. 소설의 마지막 챕터 일부를 옮겨 적자면 이렇다. ‘그의 손에서 내일 자 1면 대장이 툭 떨어졌다…1면 모서리에는 스포츠엔터의 인턴기자 2기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따뜻하고 훈훈한 결말 따위는 없었다’고. 하지만 영화 속 결말은 지나치게 희망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물론 결말을 바꾼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기자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고단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리고 싶었다던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세상의 모든 도라희들에게 희망을 말하고 싶었을 거다. 다만 드라마 ‘미생’처럼 현실적이면서도 슬프지 않은 엔딩을 취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도라희를 연기한 배우 박보영 <사진=NEW> |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하다. 정재영과 박보영은 맞춤옷을 입은 듯한 완벽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둔다. 새롭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그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편안함이 나쁘지 않다. 최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 중인 윤균상의 연기도 눈에 띈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25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