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박소진의 영화속 심리학]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기사입력 : 2015년11월16일 08:37

최종수정 : 2015년11월16일 08:37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포스터 <사진=㈜토호>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 2014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바이쇼 치에코(소피 목소리), 기무라 타쿠야(하울 목소리), 캘시퍼(불꽃 악마)
- 어느 날 소피는 마녀의 저주를 받고 할머니가 된다.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물던 곳을 떠나게 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들어가게 된다. 청소부가 되어 미소년 하울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고 하울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한 영화를 물어오면 나는 언제나 서슴없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만화영화를 꼽는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나는 이 영화가 왜 나에게 특별한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거장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 천재성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순간부터 수십 번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 어쩌면 나는 영화에서 해석되지 않았던 장면들을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으로 재생해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답이 나를 찾아왔다. 내 기억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소피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 가능한 ‘하울의 성’에 입성한 후, 타이머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시장 통부터 아름다운 정원, 황량한 벌판까지 신기하게도 다양한 장소들이 펼쳐진다. 소피가 여느 때와 같이 타이머를 돌리고 문을 열자 화창한 봄날의 초원이 있다. 모처럼 신이 난 소피와 마루쿠쿠, 허수아비, 그리고 정체모를 강아지가 신이 나서 뛰어 나간다.

햇살 좋은 한 낮, 빨래를 널어놓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 장면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잠시 후, 마루쿠쿠와 소피가 의자에 앉아 초원과 초원의 끝닿은 곳에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소피 혼자 망연히 앉아 있는 뒷 모습이 비춰진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잠시 스쳐지나갈 만한 이 장면이 왜 나에게는 오랜 시간 각인되어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소피의 뒷모습에서 나는 나의 20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는 눈물의 의미를 영화를 처음 접하고 십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 때,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벅차오를 때마다 빈 공터에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공터에 앉아 하루 종일 그 잔디를, 허공을 바라보면 파편화된 나 자신의 조각들을 하나 하나 끼워 맞출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저물곤 했다. 해가 기울고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까지 하염없이 누군가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 덕에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두려움을 오롯이 견딜 수 있었다. 한동안 바쁘게 살며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나를 그렇게도 많이 흔들어 놓을 줄 몰랐다.

소피는 왜 갑자기 늙어버렸을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설정은 황당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황당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 의미를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스무살 시절에 빨리 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으며, 나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전혀 지도가 없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열패감과 무기력감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어떤 이들은 20대 초반까지를 청소년기 후기로 보도 하는데, 이 시기에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충분한 경험도 없는 나이에 진로, 결혼 등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 때문인지 소피는 자신이 할머니가 된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곧 이를 수용한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아름답지만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20대를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20대에는 그 시절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기에 늘 엎어지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20대는 아름다운만큼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인한 상이 아닌 것처럼,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다."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 속 대사)

20대 초반 때 한 수필집에서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무녀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이름 꽤나 알려진 한 무녀가 신들의 만찬에 초대되고 제우스 앞에 서게 된다. 제우스는 무녀에게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녀는 영원한 삶을 이야기하고 제우스는 그에 화답하여 그녀의 손안에 든 먼지만큼의 시간을 선사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는 무궁한 시간을 의미한다. 그녀는 소원대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생명을 선사 받았고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잊은 것 한 가지가 있었다. 그 치명적인 실수로 그녀는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영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녀가 놓친 그것은 바로 ‘젊음’이었다. 젊음 없는 장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젊은 무녀는 그때는 그 젊음의 위대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처럼 젊음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깨어 있으면서 우리는 현재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이를 먹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소피는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면서 점점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나이가 들고 성숙하면서 자기다워지고 자기 자신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영화는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은교’ (2012) 대사 일부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