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달러 투자했다면 30센트 손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고성장 이머징마켓을 상징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의 총 자산 규모가 2010년 당시의 4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이들 지역의 성장 엔진이 꺾이면서 투자자금이 썰물을 이루는 한편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을 중심으로 펀드 폐쇄가 연이은 결과다.
2001년 브릭스라는 용어를 창시한 골드만 삭스가 관련 펀드 운용에서 발을 빼기로 하는 등 고성장 이머징마켓의 투자 전성 시대가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사실 브릭스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룬 것은 최근 발생한 일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펀드는 2011년 이후 매년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브릭스 펀드의 총 자산이 50억달러를 간신히 상회, 2010년 인기가 절정은 이뤘던 당시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MSCI 브릭스 주가지수에 2009년 말 1달러를 투자했다면 최근까지 30센트의 손실을 본 셈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손실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치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레나 심발루크 애널리스트는 “브릭스에 해당하는 4개 국가를 한 데 묶는 것이 2001년에는 합당했지만 현재로서는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제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에 걸쳐 관련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의 고성장 기염을 토했던 중국 경제가 7% 성장을 간신히 지켜내고 있고, 내년에는 6.5% 가량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 여름에는 중국 증시의 폭락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대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고, 인도 역시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이 일제히 크게 기운 데다 관련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자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펀드를 연이어 청산하고 있다.
브릭스 증시의 주가 변동성이 이머징마켓 전반에 비해 크게 높아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 리스크 헤지 역시 어렵다는 것이 관련 펀드매니저들의 얘기다.
현재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브릭스 펀드는 92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에 비해 8개 줄어든 것이다.
알리안츠의 커널 고쉬 브릭스 펀드 매니저는 “10년 전 브릭스 투자 전략이 지금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이들 국가가 경기 턴어라운드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나머지 이머징마켓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