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장사의 신-객주 2015`와 SBS `육룡이 나르샤`가 시청자의 기대 속에 방영 중이다. <사진=KBS, SBS> |
MBC ‘해를 품은 달’(2012) 이후 인기 사극이 실종됐다. 대하사극마저 마니아층에 실망을 안겼다. KBS 1TV ‘징비록’(2015)이 그 대표적인 예로 전작 '정도전'의 폭발적 관심과 인기를 잇지 못한 채 시청률에서 크게 패했다.
타 방송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SBS ‘뿌리 깊은 나무’(2011)로 재기한 한석규와 신예 이제훈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비밀의 문’(2014)은 시청률의 문을 제대로 두드리지 못한 채 5.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최근 종영한 MBC ‘화정’ 또한 차승원이 하차한 이후 시청률이 내리막길을 걸었고 마지막회 시청률은 7.8%에 그쳤다.
극장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개봉한 ‘순수의 시대’(2015)는 누적 관객수 46만9891명을 기록했다. 이병헌과 전도연이라는 연기파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던 ‘협녀, 칼의 기억’(2015)은 개봉 20일 후 관객 43만명으로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침체됐던 사극이 반전을 시작한 무대는 스크린이었다. ‘사도’가 추석 시즌에 300만 관객몰이에 성공해 현재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극 열풍을 재점화했다. ‘사도’의 기를 받아 드라마 SBS ‘육룡이 나르샤’가 흥행세를 타면서 열풍은 안방까지 불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영화 ‘사도’와 ‘베테랑’으로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유아인과 ‘사극 본좌’ 김명민,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 제작진이 합세한 작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초반 아역들의 열연으로 1회 만에 시청률 12%를 기록했고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거머쥐었다.
KBS 2TV ‘장사의 신-객주 2015’는 1회 6.9%로 아쉬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6회에서 시청률 9.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예고했다. 여기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흥행은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다. KBS 2TV ‘추노’(2010)로 사극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장혁과 연기파 배우 유오성, 김민정, 한채아 등의 조합이 극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가다.
물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육룡이 나르샤’와 ‘장사의 신-객주 2015’가 기대 속에 방영되고는 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사극의 소재와 겹치는 캐릭터 설정과 관련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도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조선 건국기를 담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가 방송하자 실망감을 드러내는 사극 마니아도 적지 않다. 시청자들은 "또 고려 말 조선 초 이야기냐" "정도전이 끝난지 1년 좀 넘었는데 같은 소재로 드라마라니. 시기가 안 좋은 것 같다" "영원히 고통받는 정도전. 또 고려 후기, 조선 건국"이라며 우려했다.
이 같은 반응은 사극 역시 흥행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주목도 높은 역사 속 에피소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제작상황을 꼬집는다. 실제로 그간 사극을 살펴보면 장희빈, 황진이, 이성계, 광해, 사도세자,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반복됐다. 인기를 얻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위의 인물과 관련된 서사였고 이제는 이런 패턴이 지겹다는 반응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 장혁의 경우 이번 ‘장사의 신-객주 2015’ 출연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추노’ 속 장혁과 ‘장사의 신-객주 2015’의 장혁이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다. 두 캐릭터 모두 떠돌이라는 점이 닮았고 극의 분위기와 장혁의 사극 톤, 특히 말투와 표정이 비슷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극은 고정 시청자가 확보되기 때문에 TV에서 무조건 통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다시 사극의 부흥기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와 ‘장사의 신-객주 2015’가 사극의 흥행 열풍을 예고한 가운데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SBS ‘사임당, the Herstory’도 또 한 번의 큰 사극 흥행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