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부양책 여파, 레버리지 높은 기업 상대적 강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오르는 현상이 유럽증시에서 두드러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13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레버리지가 기업의 주가가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 스톡스 50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로화 동전 <출처=AP/뉴시스> |
지난 7개월동안 ECB가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실시한 데 따라 기업들의 차입과 투기적인 베팅이 늘어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양책에 힘입어 유럽 경제가 회복될 때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에 따라 차입이 많은 기업들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관련 종목에 대한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길리스 기부트 펀드매니저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거나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 투자자들 사이에 레버리지가 높은 종목의 선호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국내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총 부채 대비 자본이 최하위에 속하는 30개 기업이 연초 이후 7.6%의 주가 상승을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유로 스톡스 50 지수의 상승률 3.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간극은 2011년 이후 목격되지 않았던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6년간에 걸친 장기 강세장 속에 골드만 삭스가 선별한 재무건전성 최하위 5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고점 당시를 기준으로 6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높은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치다.
한편 유럽 상장 기업 가운데 레버리지가 상위권에 해당하는 기업의 부채총자산비율이 평균 36%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 스톡스 50 기업의 평균치인 25%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모간 스탠리의 그레이엄 세커 유럽 주식 전략 헤드는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진 데 따라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특히 통신과 유틸리티 등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경기 전망 향상에 힘입어 더욱 강력한 주가 상승 탄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 레버리지와 주가의 동조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니온 인베스트먼트의 카스텐 힐크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는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에 대한 베팅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지만 이는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전략”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때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