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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특종을 원하는 사회, 그 위험한 줄타기 ‘특종:량첸살인기’

기사입력 : 2015년10월14일 08:15

최종수정 : 2015년10월14일 08:15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 허무혁을 연기한 배우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핌=장주연 기자] 이혼과 해고의 위기에 몰린 기자 허무혁(조정석)은 우연한 제보로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특종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내 무혁은 그것이 오보임을 깨닫는다. 이를 알 리 없는 보도국은 후속 보도를 기다리고 경찰은 취재 과정을 밝히라며 압박한다. 어쩔 수 없이 무혁은 고의로 오보를 내기 시작한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는 제목 그대로 ‘특종’으로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기자 허무혁을 통해 인간의 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 블랙코미디다. 동시에 왕시우잉의 중국 소설 ‘량첸살인기’를 모방한 한 연쇄살인마를 사건의 중심에 내세운 스릴러이기도 하다.

데뷔작 ‘연애의 온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노덕 감독은 이 두 장르를 능숙하게 오가며 또 한 번 제 실력을 발휘했다. 12년 동안 준비해온 만큼(노덕 감독은 실제 ‘특종:량첸살인기’를 데뷔작으로 준비했다) 이야기는 탄탄하고 연출은 세련됐다. 특히 속도감과 리듬감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가는 능력이 꽤 훌륭하다. 사이사이에 배치해둔 깨알 설정들 역시 크고 작은 웃음을 안겨준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 백국장을 연기한 배우 이미숙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단 모든 블랙코미디가 그렇듯,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 만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웃음 끝에는 씁쓸함이 남고 그 속에는 날 선 비판이 깔렸다. 노덕 감독은 시청률(혹은 조회수)과 광고 등 냉혹한 현실 속에서 언론윤리까지 놓아버린 언론인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동시에 이런 언론에 휘둘리는 경찰의 무능함까지 깡그리 지적한다.

물론 노덕 감독은 “기자보다 보편성을 가진 인물, 월급쟁이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특정 직업군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을 바라보는 노덕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에 언론시사회 후 그에게는 질문이 빗발쳤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사실상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노덕 감독의 반론이 터무니없는 변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언론을 향한 비판의 칼날이 극 후반부로 가면서 방향을 틀기 때문. 자연스레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영화 속 메시지의 타깃은 언론에서 정보의 홍수 속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게 된 대중으로 확대된다.

영화 ‘특종:량첸살인기’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조정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특정 직업군이 아니라면, 영화에서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은 결말이다. ‘특종:량첸살인기’는 흔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취하지 않는다. 어떤 것 하나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게 없는, 말 그대로 ‘찝찝한’ 마무리다. 권선징악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는데 오히려 이 지점이 흥미롭고 새롭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기대 이상이다. 특히 주연 배우 조정석의 열연이 놀랍다. 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긴박하게 변해가는 감정 연기, 전매특허 찌질한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원톱 주인공의 몫을 해냈다.

여기에 백국장 역의 이미숙부터 김의성, 배성우, 김대명, 태인호 등 모두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조정석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다만 허무혁의 아내 수진 역의 이하나의 어색한 연기가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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