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한때 그는 로맨티스트였다. 수화기 너머 채정안에게 ‘바다여행’을 불러줄 때도(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공효진에게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지? 하자, 나랑”이라고 박력 넘치게 고백할 때도(드라마 ‘파스타’) 그는 자타공인 여심 사냥꾼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에게 설레지 않아본 여자가 없을 정도.
그런데 요즘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이제 그를 보고 설레는 여성 관객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좋은 목소리를 줄곧 화내는 데 사용하더니 급기야 ‘짜증계의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애칭(?)과 함께 짜증 연기의 일인자로 꼽히기 시작했다. 이젠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으면 했는데 어째 이번엔 제목부터 ‘성난 변호사’다.
배우 이선균(40)이 신작 ‘성난 변호사’로 관객을 찾았다. 8일 개봉한 영화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 사건, 승소 확률 100%의 순간 시작된 반전에 자존심 짓밟힌 에이스 변호사가 벌이는 통쾌한 반격을 그린다.
“이미지야 또 바꾸면 되니까요. 배우는 해서 증명하면 된다고 봐요. 한때는 저도 로맨틱 가이였잖아요(웃음). 조금씩 증명하면 지금처럼 다른 뭔가가 붙는 거죠. 대신 원하든 원치 않든 영역을 넓혀갈 때는 그거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이 주어지지 않죠. 혹시 알아요? 나중에 저한테 ‘짜증이 그립지 않으세요? 짜증 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물으실지(웃음).”
극중 이선균이 연기한 인물은 까칠한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다. 짜증 연기의 달인답게 이선균은 변호성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이며 관객을 압도한다. 당연히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예를 들면 이선균의 연기력과 같은)가 있다. 하지만 그중 딱 하나를 꼽자면 메가폰을 잡은 이가 이선균을 잘 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동기, 허종호 감독이라는 거다.
“저는 스태프를 꾸리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래서 많이 도움이 됐죠. 부동산 마실 가듯 사무실에 나가서 허 감독과 작전을 짰거든요. 대본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서로 의견 내면서 조율해서 잘 찍었죠. 물론 간혹 오버다 싶은 신도 있었어요. 특히 텐트에 끌려가는 신은 저는 싫다 그랬거든요(웃음). 근데 보충촬영을 하면서까지 절 망가뜨리는 친구의 배려 덕분에 찍게 됐죠.”
장난스레 투덜거렸지만, 두 동기의 시너지는 훌륭했고 덕분에 영화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생겼다. 바로 여배우 캐스팅. 워낙 분량이 작은 데다 변호성이 이끌어 가는 이야긴지라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 몇몇 여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때 이들의 손을 잡은 이가 김고은이었다.
“고은이가 강한 걸 많이 찍어서 힘 빼는 연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사기를 쳤죠. 특별 출연까지는 아니지만, 좀 쉬어가라고요. 다행히 고은이가 흔쾌히 허락했고 덕분에 계획된 시기에 할 수 있었어요. 너무 고맙고 미안하죠. 그래서 홍보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넌 드라마 찍으라고 했어요(웃음). 전 이제 고은이가 충무로의 샛별이라는 수식어를 떼는 시기라고 봐요. 그럼 성장통도 필요하고 부침도 있겠죠. 그걸 헤치는 건 자기의 몫인데 드라마를 통해서 단단해지고 분명히 더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지난해 전작 ‘끝까지 간다’로 좋은 성과를 거둔 그에게 흥행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어쩐지 “그런 건 관심 없다”고 말할 줄 알았던 이선균의 입에서 “전작보다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올해 1000만이 넘는 한국 영화가 두 편 나왔지만, 사실 허리가 되는 영화가 없었잖아요. 고층 빌딩은 있는데 지금까지 소리소문없이 빠진 영화들이 너무 많았죠. 제 생각에 ‘끝까지 간다’가 흥행 면에서 작년 허리 역할을 한 듯해요. 그래서 올해는 ‘성난 변호사’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 바람은 영화 만들 때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죠(웃음).”
“아내 전혜진, 누구보다 날 잘 아는 사람이죠” 이선균에게 배우 전혜진(6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 2009년 결혼한 두 사람은 슬하에 5살, 7살 두 아들이 있다)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이선균의 아내 전혜진은 현재 6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사도’에서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을 열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터뷰가 있던 이날 오전에도 전혜진은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며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실검에? 왜? 아니 요즘 실검에 뜨면 ‘그 전혜진? 내가 아는 그 전혜진?’이라고 묻는다니까요(웃음). 아무래도 같은 시기에 영화가 개봉하고 하다 보니까 다들 궁금하신가 봐요. 물론 그게 당연한 거고요. 요즘 많은 분이 ‘사도’에서 (전혜진 연기) 보고 많이 놀라지 않았느냐고들 묻는데 전 정말 놀랍지 않거든요. 원래 좋은 배우였으니까요. 예전과 달라진 거는 좋은 팀을 만나서 다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는 거죠. 그동안 육아만 한다고 힘들었잖아요. ‘성난 변호사’도 (전)혜진이가 두 번 봤어요. 근데 혜진이는 다 알아요. 제가 얼마나 고생했고 어느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요. 그래서 처음 보고는 ‘고생했다’고 말했고 두 번 째 보고는 ‘잘했다’고 해주더라고요.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거를 다 알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다 이해하는 거죠. 근데 또 배우끼리 산다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심도 깊게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않고요. 물론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쪽 대본이 많으니까 나오면 같이 대사 쳐주고 하죠. 그런 점이 배우끼리 결혼했을 때 장점이라면 장점이고요. 단점은 지금처럼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거? 실검에 혼자 뜨는 거?(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