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가 충격, 인플레이션보다는 주택가격에 영향 커"
[뉴스핌=정연주 기자] 2012년 이후 통화량 증가세가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출 유동성은 금융위기 전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유동성 증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인플레이션보다는 주택가격에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우준명·이지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전문연구원은 2일 '실물경기를 고려한 내재 유동성 추정(BOK 경제연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통화량 지표 등 각 유동성이 내재 유동성을 상회하는 가운데 대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최근(2012년~2013년 2분기)에는 내재유동성 수준에서 등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통상 발표되는 통화량(M2, LF)은 예금 등 은행의 부채부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은행의 부채부문 뿐 아니라 대출 등 은행의 자산부문까지 고려, 실물경기를 가늠한 내재유동성을 추정했으며 시중 통화량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분석했다.내재유동성 대비 부채유동성이 높다면 은행의 통화와 관련된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과대하다고 풀이하는 식이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통화량 등 각 유동성 이 내재 유동성 증가율을 상회하는 가운데 대출 유동성 증가세가 가장 높았으며, 2012년 이후에는 이들 모두 내재 유동성 증가율 수준에서 등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M2와 LF(각각 실질기준)는 대체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2008년 기간중 내재 유동성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에는 내재 유동성 증가율 수준에서 등락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중에는 내재 유동성이 크게 하락했으나 적극적인 확대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에 힘입어 내재 유동성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 대출 유동성(실질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대체로 내재 유동성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우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 부동산 시장의 부진 등으로 대출 유동성 증가율이 내재 유동성을 포함한 다른 유동성 지표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다가, 2012년 이후로는 다시 내재 유동성 증가율 수준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거시변수와 내재 유동성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기 상승 충격은 유동성과 내재 유동성을 모두 증가시킬 뿐 아니라, 주택가격과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동성 증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인플레이션보다 주택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내놨다.
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유동성 수준이 아닌 유동성 증가율에 기초해 시중 유동성 사정을 가늠하였기 때문에, 유동성 수준을 기반으로 추정하는 (실질) 머니갭 유형의 모형과는 일부 상이한 결과를 보일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그간 발표된 시중통화량 증가율이 기준점이 없다보니 과대·과소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이번 조사는 그런 측면에서 비교적 판단이 용이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