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밸류 매력적' 자금 유입 단기 현상 경고 엇갈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경계감에 투자자금이 썰물을 이뤘던 이머징마켓으로 유동성이 ‘유턴’하고 있어 주목된다.
밸류에이션 매력을 근거로 신흥국 주식의 매입 적기라는 의견이 번지는 가운데 변동성 확대 및 주가 하락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특히 연준이 이틀간의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18일 5억4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에 따라 35일간 자금 유출을 기록했던 이머징마켓의 유동성 움직임이 반전을 이룬 셈이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신흥국 투자를 적극 권고하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블랙록은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이머징마켓의 투자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적기라고 주장했다.
신흥국 증시의 바닥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주가 변동성 역시 상당 기간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8월 주가 저점을 기준으로 이머징마켓 주식은 순자산 가치에 대해 1.3배에 거래됐다. 이 같은 밸류에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블랙록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선진국 대비 이머징마켓의 할인 폭이 12년래 최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3개월 사이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11%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8월 지수 낙폭은 6.7%로, 월간 기준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9월말까지 주가 약세가 지속될 경우 3분기 지수 등락이 2011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하지만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자금 유입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통화정책 불화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냉각된 만큼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보류와 이에 따른 신흥국 증시 자금 유입이 반길 일만은 아니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번드 버그 이머징마켓 외환 및 신용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의 변동성이 진정된 것으로 보고,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시장 한파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앞으로 1~2주 사이에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하락이 연준의 긴축 가능성보다 중국의 성장 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연준 정책자들의 손발을 묶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