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A주의 잦은 급락에 홍콩 증시 H주 종목을 대안 투자처로 선택하는 중국 '큰손'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중국 본토 사모펀드 업계가 전략적으로 H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광저우(廣州)의 한 사포펀드 관계자는 "최근 중국 감독당국의 증시 단속이 강화되면서, 홍콩 증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홍콩 증시로 향하는 중국 본토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에선 이미 홍콩주식을 통해 '대박'을 이룬 투자신화가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중국 사모펀드 업계의 대부 쉬샹(徐翔)이 그 주인공. A투자에 전념해온 쉬샹은 중국 증시가 확연한 폭락세로 접어들던 6월 말 처음으로 홍콩 상장 종목인 중국치싱홀딩스(중국칠성 00245.HK)에 투자했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엄청난 투자수익을 거뒀다. 9월 초 쉬샹이 중국치싱홀딩스를 통해 실현한 수익규모는 26억 홍콩달러(약 3640억 원)에 달한다.
당시 쉬샹과 함께 중국 최대 규모의 민영 투자그룹 ′중민터우(中民投,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도 중국치싱홀딩스에 함께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홍콩 증시에 대한 사모펀드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치싱홀딩스는 TV광고회사로 시작해 태양광 부동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실적이 변변치 않았다. 최근 증권사 두 곳을 인수하면서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 조짐은 없지만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0% 넘게 올랐다.
홍콩 증시는 미국 등 대외 환경보다 본토 A주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4~5월 정점을 찍은 후 6월 이후 A주 폭락과 함께 주저앉기 시작했다.
홍콩 주식이 다시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A주 침체 장기화, 홍콩주의 낮은 주가와 홍콩달러의 안정적인 환율때문이다. 때마침 항셍지수도 9월 초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현재 홍콩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0배 수준이다. 주가 폭락이 반복됐던 A주의 PER 16배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때문에 홍콩 증시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광저우 유명 사모펀드회사 대표는 "홍콩 주식의 매수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주가 수준이나 기술적으로나 홍콩주는 이미 바닥권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홍콩주는 '반격'만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도 "홍콩주의 가치가 매우 낮다. 홍콩증시는 올해 12월 전 큰 폭의 상승장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금융당국의 연이은 유동성 공급도 홍콩 증시를 뒷받침하는 호재가 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홍콩 금융당국이 시장에 자금을 계속해서 푸는 것은 시장에서 홍콩달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콩달러의 수요 확대는 홍콩 통화의 강세를 촉진하게 된다. 가치가 하락하는 위안화와 달리 홍콩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홍콩주식 투자로 번 돈을 본토로 가져왔을때 더 많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스티븐선 HSBC 애널리스트도 18일 보고서를 통해 A주보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식을 추천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스티븐선이 홍콩증시를 낙관하는 가장 큰 근거도 극도로 낮아진 주가다.
그에 따르면, 현재 홍콩 H주와 레드칩의 주가순자산비율(PB)이 2008년 경제 경착륙 시기 최저점보다 15~30% 낮다. 홍콩증시의 주가수준이 경기가 극도록 악화됐던 2008년보다 더 낮다는 의미다.
반면 그는 A주는 주가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중국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1999년과 2004년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했을때, 미국의 금리인상 주기는 4~5분기 지속됐다. 중국 증시가 미국 금리의 충격을 벗어나는데는 대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스티븐선은 예상했다.
홍콩 중투증권(中投證券)의 궈빙예(郭氷樺) 애널리스트도 "홍콩 증시의 투자심리도 불안정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홍콩주의 투자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며 "낮은 주가, 중국 국유기업 개혁 추진, 중국 경제부양 정책 효과 가시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4분기에는 홍콩 증시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용어해설: H주와 레드칩
홍콩증시의 H주와 레드칩 종목은 모두 중국 내에서 영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지만, 모기업의 등록지와 관할 감독 당국이 다른다. H주는 모기업 법인이 중국 본토에 등록돼 있고 레드칩은 모기업이 홍콩 현지에 등록되어 있어 홍콩의 자본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