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가입 설명들어보니 "개미 눈높이 맞는 설명 아쉬워"
[뉴스핌=김나래 기자] ## 지난 1일 금융상품 가입을 위해 찾아간 A은행 여의도 지점. 500만원으로 투자 가능한 상품에 대해 문의하자 영업직원은 단번에 ELS(파생결합증권)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성향에 대한 평가에서 3등급(중위험) 판정을 받았지만 담당자는 "투자 리스크가 낮은데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ELS 투자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망설이는 기자에게 담당자는 원금보장형 ELS와 비교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투자 매력을 어필했다. "최근 증시가 급락했던 만큼 원금비보장형 ELS는 손실 우려가 거의 없다"고도 했다.
이어 찾아간 여의도 B 증권사. 이 곳에선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ELS 상품을 권했다. 청약 경쟁률이 매우 높지만 신규 고객은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ELS 상품의 기초자산이 다른 실물(부동산) 자산에 투자돼 또 다른 리스크가 있었지만 담당직원은 "다른 ELS보다 훨씬 안전하다"란 말만 반복했다. 이 직원은 ELS 상품의 리스크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사 상품이 상대적 안전하고 우월하다는 점만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최근 국내 ELS 시장 규모는 95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의 금융상품 투자설명은 고객보호라는 시대적 요구와는 여전히 동떨어져 있다. ELS 구조 자체가 여타 금융상품보다 복잡해 투자자들의 판매직원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지만 '불완전판매'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ELS 가입 절차가 형식적"이라며 "금융사 직원이 고객들에게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실제 손실발생 가능성이 커질때 고객들이 위험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ELS는 기초자산이 급락할 경우 단번에 30~40%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현실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은 급락하더라도 기다리면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ELS는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녹인(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가면 가격이 반토막이 날 수 있다"며 "이런 가능성을 언급한다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에게 ELS 상품 중도환매 설명이 불충분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ELS를 중도환매할 경우 최대 5%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이 다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ELS가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매매되는 상품이 아닌 만큼 환매시 '패널티' 부과가 불가피하지만 중도환매 관련 투자설명은 소극적이다.
투자자들이 수익률만을 보고 손실에 대한 투자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도 개선이 요구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비보장형 상품 판매시 자필 기재로 위험성을 고지하고 있고, 사후에는 중도환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책"이라며 "ELS 분쟁이 생길 경우 관련 서류나 녹취록으로 사후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물론 투자자들의 ELS에 대한 이해와 리스크 요인을 알리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판매사들도 적지 않다.
C 증권사는 ELS 판매를 권유하기에 앞서 ELS의 구조와 손실 위험을 알기 쉽게 설명을 해줬다. 담당 직원은 "한 아이에게 부모가 총 6번의 시험 성적에 따라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조건을 달성하면 보상으로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지만 한번이라도 60점이 안 되거나 80점을 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은 커녕 용돈도 삭감할 수 있다"며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ELS의 위험을 설명해 줬다.
이에 대해 C 증권사 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말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용어와 관련한 토너먼트식 교육을 진행했는데 금융당국이나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의 인식 개선에 많은 도움이 돼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10일까지 ELS 판매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ELS는 은행, 증권, 보험사에서 모두 판매 가능하지만 금융업종의 특성, 고객의 성향, 회사의 판매 정책이 모두 다르다"며 "업권별로 판매수준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