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박성웅(42)이 경찰이라면, 그것도 아주 평범하디 평범한 경찰이라면 열에 몇 명이나 믿을까. 아마 대다수가 그 속에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 여길 거다. 당연하다. 스크린 속에서 봐온 그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예외다. 오는 9월3일 개봉을 앞둔 ‘오피스’에서는 그의 무시무시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피스’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에 찍히면서 시작되는 영화. 그날 이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간다.
박성웅은 극중 이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담당한 광역 수사대 팀장 최종훈 역을 맡았다. 임무는 회사로 들어간 범인의 행적을 좇는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에게 숨겨진 사연이나 폭발하는 감정 따위는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성웅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자제, 그리고 절제.
“이번엔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튀지 않고 작품에 녹아들고 싶었거든요. 감독님이 더 요구하면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기도 엄청 편했죠. 하루는 촬영장에 모르는 분이 있기에 누구냐고 물었거든요. 보조 출연자인 줄 알았는데 무술 감독이었죠(웃음). 무술 감독 얼굴을 몰랐던 거예요. 처음이었어요.”
영화 ‘오피스’에서 최종훈 형사를 연기한 배우 박성웅 <사진=리틀빅픽처스> |
“이래 봐도 저 충청도 순둥이였어요. 학교 다닐 때는 존재감도 없는 아이였고요. 대학교 때문에 서울 와서 군대 가고 일을 하면서 바뀐 거죠. 워낙 무시당하는 걸 싫어해서 쉽게 보이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무표정으로 말도 안하고 무명 시절을 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고요(웃음). 안되겠다 싶어서 10년째 되던 해부터 변했죠. 그때부터 말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웃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변한 성격 때문인지 박성웅은 이제 제법 따뜻하고 다정한 선배가 됐다. 차가운 모습 뒤에 감춰졌던 진심이 상대방에게도 통한 셈이다. 실제 이번 ‘오피스’ 촬영 때도 그는 선배 김의성부터 막내 고아성까지 모두 챙기며 팀워크를 다졌던 그다.
“배우들 간의 합이야 워낙 좋았죠. 노래방에 가도 정말 잘 놀아요. 내가 여태까지 한 팀 중에 가무를 가장 잘 즐기는 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니까. 특히 아성이 같은 경우에는 저를 정말 귀여워했어요(웃음). 난 남녀 통틀어서 그렇게 날 안 어려워하는 후배는 처음 봤어.”
박성웅과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 ‘신세계’(2013) 이야기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가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로 인식된 이유도 바로 이 ‘신세계’ 때문이니까. 당시 박성웅은 범재범파의 수장 이중구를 열연, “살려는 드릴게”라는 명대사를 낳으며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신세계’는 넘어야할 산이죠. 그래서 요즘에는 홍보할 때 패러디는 빼달라고 조심스레 요청해요. 너무 그것만 하다 보니까 캐릭터가 한정되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살인의뢰’도 한 거고요. 뭘 해도 다 이중구 같다고 하니까 이제 떠나보내야겠다 싶었던 거죠. 근데 뭐 쉽사리 떠나지겠습니까. 그게 저한테 어떤 작품인데, 또 ‘신세계2’도 해야 하고(웃음).”
‘신세계’를 완전히 떨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역할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당장 이번 ‘오피스’가 그렇고 한창 촬영 중인 ‘검사외전’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떤 장르,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다. 배우 인생의 단 하나의 목표, ‘그냥 배우’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저 여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을 뿐이죠. 매 순간이 도전이니까요. 악역을 피하진 않을 거예요. 멋진 거 들어오면 또 해야죠(웃음). 최근에는 코미디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어야죠. 대신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여유 있게. 빨리 가는 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물살의 방향을 알고 역방향이 아닌 순방향으로 가야지.”
“아들 바보? 세상에서 그 말이 제일 싫어”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