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영화 ‘허삼관’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예뻐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을 끝내고 나니 결혼보다는 연애가 하고 싶더라고요.”
지난해 MBC ‘기황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황후를 연기한 하지원(37)이 올해 여름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을 통해 러블리의 진수를 보여줬다. 잊고 있었던 하지원의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매력에 여성 시청자도 푹 빠졌다. 여기에 하지원은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17년 지기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최원(이진욱)을 사수한 것부터 그의 패션, 커리어우먼의 이미지 등 전작과 180도 달라진 변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서 ‘너를 사랑한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하지원은 오하나에 대해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이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그렇기에 오하나를 연기하면서 하지원도 편했다. 주변에서 오하나를 보면 하지원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너무 귀여운 척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 대해 하지원은 “제가 그간 너무 강한 캐릭터를 했나 봐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제가 센 캐릭터를 많이 했잖아요. 카리스마 있거나 보이시한 캐릭터들요. 그러다 이번엔 로맨스로 돌아왔는데 시청자들은 그게 살짝 낯설게 느꼈나 봐요(웃음).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 하나가 실제 저와 가장 많이 닮았어요. 말투도 물론이고 친구와 있을 때 저와 하나가 많이 비슷해요. 친구들은 하나를 보고 제게 ‘연기를 해야지. 네가 나오면 어떡하냐’더라고요. 그만큼 편하게 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걸 하게 돼 좋았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원과 하나. 두 사람은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둘도 없는 사이다. 이런 이들을 두고 주변에서는 ‘원+하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우정인 듯 사랑인 듯 묘한 사이를 오간 원과 하나는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했고 연인이 됐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면서 "남녀 사이엔 친구가 없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하지원은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원이 같은 남사친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하기 전에 주변에 물어봤어요.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한지를요. 남자들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여자들은 가능하다고 보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저도 ‘너를 사랑한 시간’을 하면서 남사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하나가 되고 나서는 ‘원이 같은 남사친이 있다면 참 좋겠다’ 싶어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잘 통하고 원이는 늘 곁에서 하나를 지켜주잖아요. 하지원의 남사친이요? 동료는 있는데 실제로는 없습니다. 오래된 친구는 지금 연락이 다 끊겨서. 하하.”
하지원은 첫 눈에 반해야 이성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 그가 하나와 원이의 사랑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우정은 우정이고, 사랑은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이해가 간다.
“저의 이상형은 느낌이 통하는 사람이에요. 외모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 이 사람이야' 싶은 느낌? 돌려 말하면, 한 번 남자로 느껴지지 않으면 끝까지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원이 같은 남사친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하면 신나고 편하잖아요. 또 가끔 사람을 심쿵하게하는 설렘도 있고요. 예전엔 순정만화에 나오는 사랑만 생각했는데 원이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죠. 이게 더 현실적인 것 같아요.”
극중에서 하나는 커리어 우먼이다. 구두회사 마케팅 팀장이고 일에 늘 열정적이다. 그러다 원은 하나에게 “일밖에 모른다”며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하나는 “내가 일하는 거 보기 좋다고 했잖아”라고 쏘아댔지만 결국에는 “나는 네가 더 소중하다”면서 달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승진을 앞두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던 하나가 임신하자 원은 불안해하는 그를 꼭 안아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지켰다. 사랑도 일도 지켜낸 오하나. 그렇다면 하지원은 사랑과 일 중 어느 것을 더 우선으로 여길까.
“일과 사랑 다 중요해요. 작품을 할 때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끝나고 나면 달라지더라고요. 마음이 공허하고요. 매번 그래요. 지금도 저는 하나에서 완전히 나오지 못했어요. 하나이지만 하지원이기도 한, 어느 중간 지점에 붕 떠 있는 느낌이죠. 다행히 저는 제가 하는 일과 현장이 좋아요. 즐길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려 해요.”
1996년에 데뷔해 어느덧 배우생활도 20년 차로 접어든 하지원.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특히 항상 대중에게 ‘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잠도 부족하고 열악한 현장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기도 하지만 그는 그곳이 좋다며 눈을 반짝였다.
“일을 할수록 책임감이 커지더라고요. 간혹 저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더 막중해지죠. 저도 한참 부족하고 가야할 길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쑥스럽고 앞으로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성장하는 배우, 그리고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었으면 딱 좋겠어요(웃음).”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