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40개 상장사 재융자 승인 획득, 영향은 제한적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증시 폭락으로 중단됐던 상장사 재융자가 사실상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7일 감숙전투(甘肅電投, 000791.SZ)의 재융자 계획안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심의를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다수 상장사가 재융자 관련 문건을 제출한 가운데, 이제 막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증시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재융자 재개, 8월 상장사 재융자 신청액 30조원 육박
중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급락세를 연출하자 증감회는 지난달 초 기업공개(IPO)와 함께 상장사의 재융자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재융자(리파이낸싱)란, 상장사가 증자·신주배정·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이달 들어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증감회가 재융자 심의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턴센트 재경은 증감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 "재융자 중단은 시장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임시적으로 효력을 낼 수 있는 특수 수단이다. 자본시장의 기능 회복을 위해 재융자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중국 당국이 지난 7일 기존에 심의 신청 절차를 마친 일부 소액 재융자 건에 대한 본심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점심께 선전 증시에 상장 중인 감숙전투는 "증감회가 회사의 비공개 발행 신청이 증감회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며 "18억1000억 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같은 날 오후 선거제약(仙據制藥) 또한 주식 비공개 발행 신청이 증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며, 자금 조달규모는 8억8100만 위안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광전고빈(光電股份,002482.SZ)과 남양과기(南洋科技, 002389.SZ) 등도 잇따라 재융자 심의 신청이 증감회의 승인을 얻었다고 밝혔다.
신식정보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이달 7일 이후 4거래일 동안 증감회로부터 증자 승인을 얻었다고 밝힌 상장사는 14개로, 예상 발행 주식 수는 29억1800만 주, 총 모집액은 250억2400만 위안 수준으로 집계됐다.
14개 상장사는 각각 상하이·선전 거래소 메인보드와 중소판·창업판에 상장 중이며, 이들 상장사의 재융자 프로젝트가 증감회 심의를 통과한 것은 1달간 중단됐던 재융자가 사실상 재개된 것을 의미한다고 신식시보는 분석했다.
이로써 이달 들어 주식 비공개 발행 승인을 얻은 상장사는 29개, 시간 범위를 7월까지로 확대하면 40개사가 증감회의 관련 승인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대 증자 규모를 발표한 상장사는 화전국제(華電國際, 600027.SH)로, 14억1800만 신주 발행을 통해 약 71억4700만 위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초 17일부터 증감회의 재융자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점쳤으나, 이보다 앞서 재융자 심의가 사실상 재개되면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현재까지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미 51개 상장사가 재융자 계획을 발표했고, 모집액 규모는 1644억 위안에 달한다. 이 중 소녕운상(蘇寧雲商·쑤닝윈상, 002024.SZ)은 293억4300만 위안으로 올들어 최대 규모의 재융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영태능원(永泰能源, 600157.SH)이 150억 위안 조달 계획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만굉원(申萬宏源, 000166.SZ)과 장강증권(長江證券, 000783.SZ) 또한 각각 140억 위안, 120억 위안 규모의 재융자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일반적으로 중국 증시 상장사가 재융자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료 제출 ▲의견교류 ▲기초 심의 ▲본심의 ▲비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재융자 재개, 증시 반등에 부담될까?
시장은 그간 증감회의 재융자 재개 시점에 주목해왔다. 증시가 일방적인 급락세에서 벗어나 상승장으로의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불안전한 모습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재융자가 재개될 경우 증시 상승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A주가 최저점 대비 20% 이상 올라 4000포인트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ㅗ 시장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 국태군안(國泰君安)증권은 "자금 면에서 아직 재융자를 재개할 만한 때는 아니다"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시기에 있고, 특히 증시 안정자금이 점차 증시를 이탈하고 최근 위안화 고시환율 상승(가치 하락)으로 인한 핫머니 유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상증권(招商證券) 투자고문 셰궈밍(謝國銘)은 "현재 통화환경이 전반적으로 상당이 완화되어 있지만 A주의 신규 유동성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며 "급격한 레버리지 축소로 인한 '민감기'를 거친 이후 시장의 매수 주문이 다소 늘어나기는 했어도 신용유자잔액은 1조3500억 위안으로 고점과 격차가 벌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한 장외 불법 자금에 대한 충격도 상당해 레버리지 자금의 시장 상승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신규 자금 역시 종전의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융자 심의 재개가 시장에 압력을 형성해 증시 형성에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셰궈밍은 그러나 "재융자 재개는 증시 수요에 의한 것으로, 관리층이 재융자 속도 및 규모를 적절히 통제하고 재융자 제도를 더욱 완비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피할 수 있다"며 "재융자가 증시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 또한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PO 재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융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한 비공개 발행이 대부분이라 심의 재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IPO는 유동성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9월 전으로는 재개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셰궈밍은 "증감회가 재융자 심의를 재개한 것은 현재 지수 및 시장의 전반적 운영상황이 상당히 낙관적임을 설명하는 것으로, 재융자에 이어 IPO 심사까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론 및 투자자는 재융자보다 IPO 재개 신호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