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회의 주재…"한국노총 노사정위 조속 복귀"도 호소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광복절 70주년을 닷새 앞두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의미 있는 계기에 일본 정부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확실하게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출발시키려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미국에 거주하던 박유년 할머니가 별세한 것에 대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투병 중에 93년의 한 많은 생을 마감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고인의 생전의 불행했던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따라서 명예와 존엄을 회복시켜드리지 못해 애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북한이 표준시를 변경한 것에 대해선 "며칠 전 북한이 자신들의 표준시를 변경하겠다고 발표를 했다"며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아 우리가 남북대화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인해서 남북간 이질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고 북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며 "북한이 우리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는 것은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분단 고착을 도모하거나 고립의 길로 빠져들지 말고 민족의 동질성과 연계성 회복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오는 15일 광복절부터 독자적인 표준시를 적용,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새 표준시는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정하고 있는 남한과 일본보다 30분 늦춰지게 된다.
◆ "한국노총, 노사정위 조속 복귀해 대타협 이뤄내야"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 "지난주 노사정위원장이 복귀해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가동될 수 있는 여건이 하나씩 조성이 되고 있는 만큼 한국노총도 조속히 복귀해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겠다"며 "이미 노사 간에 의견이 접근된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서 의견차를 좁히고 조금씩 양보해주셔서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지난주 대국민담화에서도 밝힌 노동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들부터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청년 채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런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임금 정규직들이 조금씩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며 "정부도 앞장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과제들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실업급여 수준과 지급기간 확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창조경제혁신센터 간 연계 방안 강구 등을 제시하면서 "실업급여 확대와 고용복지 플러스 센터 확충 등 노동개혁을 위한 각종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내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국가의 미래가 달리고 가족과 자식들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일"이라며 "내각과 수석실은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부문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각오로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공개혁과 관련해서는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고 공직사회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며 "모든 공직자들이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사심없이 개혁에 매진할 때 국민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신뢰하게 될 것이고 혁신과 개혁의 동력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화는 창조경제 견인할 성장엔진이자 먹거리 산업"
정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정책과 관련, 박 대통령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것도 바로 문화와 체육"이라며 "문화는 국민에게 행복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증진시키는 사회적 자본이고,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에 둔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문화융성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창조적 계승, 우리 안에 내재된 창의적 역량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현할 수 있다"며 "먼저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악, 무용, 문양, 구들장 비법, 한복 등의 핵심 인물들을 찾아서 그것을 어떻게 세계문화와 교류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전통문화와 케이팝, 드라마 등 한류를 통한 문화영역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중에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서 문화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산업화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고 우리의 역사와 지역문화에 기반한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가법령과 지자체 자치법규 연계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시스템이 선보이게 되면 관련 법 조항을 한번만 클릭해도 전국 지자체의 해당 조례 내용이 모두 검색되고 지자체별로 규제내용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며 "결국 지자체의 규제개선에 있어서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동안 법률과 대통령령 등 국가법령은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지자체의 자치법규는 행자부의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각각 제공했다"며 "이것이 규제개혁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수석들은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협업해 국가법령-자치법규 연계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기 때문에 국민과 자치단체에도 그 기능과 효과를 잘알려 규제개혁의 새로운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청와대 "광복 70주년 사면대상, 오늘이나 내일 중 대통령 보고"
앞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면과 관련해 오늘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린다"며 "결과를 정리해서 오늘이나 내일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사면심사위가 사면 대상을 심의하면 관련 국무위원들의 부서(副署)를 거쳐 박 대통령에게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특사 명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면에는 현재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최재원 부회장 형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역 중인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사면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면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과 생계형 절도범 등 민생 사범을 중심으로 최대 200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또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제반 사항들을 고려해 (참석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 등도 있고 해서 여러 가지 사안들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 여부가 언제쯤 결정되느냐는 질문에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본 교도통신이 전날 "미국은 중국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미국 (백악관)에서도 그렇게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