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신동주 '동상이몽'…우리사주·신격호 등 변수 존재
[뉴스핌=함지현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변곡점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이달 내에 열릴 전망이다.
당초 주총 개최를 서두르지 않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주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안팎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자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결정의 뒤에는 우호 지분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자신감도 담겨 있다는 평가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본으로 넘어가 신격호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우호지분 결속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10일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주주총회를 요청 해 온다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주총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1주일 이전에 소집 요청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요청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달 내에 주총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 3% 지분 소유하면 주총 소집 가능…신청 안건에 따라 유불리 달라<신동주 전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회장(오른쪽)사진=뉴스핌DB>
일본에서는 6개월 전부터 3%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약 2%의 지분을, 신동빈 회장은 이보다 조금 못미치는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우호지분을 더한다면 둘 중 누구라도 무리 없이 임시 주총 소집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양측은 우호지분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의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본인의 지분 등을 합치면 약 67%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를 제외한 약 70% 정도가 자신의 우호세력이라 본인이 유리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양측이 어떤 안건을 올리느냐에 따라 이 우호세력이 충분한지 아닌지 입장이 달라지게 된다.
먼저 신동빈 회장측은 지난달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결의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필요한데 발행주식의 과반수가 참석해 출석 주식 수의 2/3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진 해임건은 과반 이상의 주주가 참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결의가 가능하다.
◆ 형제의 동상이몽…'경영 정상화' vs '경영권 되찾기'
양측이 똑같이 주주총회에 참석한다고 해도 서로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전혀 다르다. 누가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차지하게 될지를 가르는 승부 역시 이번 주총 표대결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측의 신격호 총괄회장 명예회장 추대 안건이 통과된다면 자신을 일본 롯데 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사회 결정의 정당성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제왕적 운영'을 해왔던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차별성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당초 주주총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있다는 전언이다.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논란을 털어버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계산은 이미 충분한 우호세력을 만들어 뒀다는 자신감이 뒷배경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같은 주총소집은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임시주총소집에 대항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내년 1월 정기 주총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주총을 주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사진을 해임하는 안건을 통해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갖고있지만 이 안건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만약 안건이 상정된다고 해도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3%의 지분을 통해 주총소집을 했다고 해도 안건상정이 부결되면 법리적 다툼을 통해 다시 안건을 상정할 기회는 있지만 결정권을 쥔 이사진에 대한 해임은 건의하는 건인 만큼 정치적 셈법이 확실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7일 일본으로 떠나 우호지분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하는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도 없이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것과 관련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만큼 주총 이후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한다면 법정 공방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사진의 적합여부 역시 여기에 포함될 개연성이 높다.
◆ 신격호 의중·우리사주 움직임 등 변수는 존재
현재 신동빈 회장이 주총 표대결에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우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사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본인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신동빈 회장은 우리사주를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구분하고 있을 정도로 표심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은 결국 건강문제로까지 귀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알츠하이머설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이 힘을 받을 경우 그의 의중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게 되고, 이는 곧 주총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알츠하이머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주총과는 별개로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한정치산자로 선고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지 않겠느냐"며 "주총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