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비중 증가에 헤지용 200억달러이상 필요
[뉴스핌=정연주 기자] 급등하는 달러/원 환율에 국민연금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국민연금 고위관계자는 "달러화 상단은 1200원까지 보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1190원 후반대를 보는 경우가 많다. 환시를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삼성합병 투자위원회를 열기로 한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상반기 1090원대까지 고꾸라지며 방향성이 모호했던 환율은 현재 1170원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원화가치는 6월말부터 한 달간 4.6%나 하락하면서 주요 통화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관련 환헤지(선물환 매수) 등을 위해 연간 100억달러 수준의 달러화를 매수해야 한다. 때문에 통상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의 달러화 매수설이 나오곤 하며 하락 장세를 반전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환율이 11원 급등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163.5원을 돌파하는 와중에 국민연금 매수설이 터졌다. 이에 상반기 매수타이밍을 놓쳐 뒤늦게 나섰다는 실책론부터 환율 상승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에 편승한 것이란 음모론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는 것을 내심 반기는 정부 정책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라며 "당국 주문이 있었을 것이란 루머도 있었는데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주로 본사가 지방 이전하면서 그나마 몇안되던 인력 이탈 분위기도 심하다"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환시대응에 전략적인 실수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분간 당국의 환율 상승 용인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연금 매수설까지 나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06년 9.4%에 불과하던 국민연금의 총 투자자산대비 해외투자비중은 2010년 12.5%, 2014년말 21.8%로 크게 늘었다. 급기야 2020년에는 30%로 늘린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환헤지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당장 내년부터 국민연금 달러 매수의 환시 영향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 연구원은 "헤지 수요가 필요한 해외 투자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연금의 달러화 매수규모는 현재의 2배 이상, 약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략은 밝히기 어렵다"며 "해외투자 다변화에 나서면서 인력을 충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69명(국내 65명·해외현지 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3차 채용이 진행중이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