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평가절하불구 수출 부양 효과 없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통화가 자유낙하를 연출하고 있다. 주요 통화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내리 꽂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통화 평가절하가 과거와 달리 수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블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러시아의 루블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이 특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들 통화는 지난 1년 사이 3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이머징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17년래 최저치로 밀렸고, 태국 바트화 역시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지난해 초 이후 14% 가까이 하락하며 1999년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상품 가격이 급락한 데 따라 관련 통화가 가파르게 밀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신흥국 통화에 대한 매도 압박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이머징마켓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며, 특히 통화 가치를 크게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올해 말까지 일부 이머징마켓 통화를 공격적으로 팔아치울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문제는 통화 가치 평가절하가 수출 경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씨티그룹과 유비에스(UBS)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이머징마켓 경제가 과거와 같은 환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이머징마켓의 성장률이 4.2%에 불과,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통화 평가절하가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3~5월 이머징마켓의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4.3% 줄어들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감소에 해당한다.
브라질의 경우 수출 경기가 11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철광석과 설탕, 커피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이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인도네시아 역시 경제성장률이 5년래 최저치로 하락하며 실물경기가 통화 가치 하락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 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애널리스트는 “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수출과 매크로 경제를 부양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가지 변수 사이에 일정 부분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클레어 디소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의 수출이 극심하게 부진한 상황”이라며 “상품 가격의 하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가격 하락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일격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