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않기로 내부 결정"
[뉴스핌=윤지혜 기자]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이 진행될 무렵부터 제기된 한화건설 매각설이 종식될 전망이다. 최근 한화그룹은 건설을 매각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비주력 사업은 정리 매각하는 한편 주력사업인 방산, 석유화학 부문과 함께 한화건설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이 한화L&C의 건자재 사업부문을 모건스탠리에 매각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조만간 한화건설이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에 본격 복귀한 이후 삼성과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부문 빅딜을 시작으로 사업재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한화그룹은 비주력사업을 정리매각하는 과정에서 한화건설은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방산, 석유화학 등을 비롯해 건설과 갤러리아, 리조트는 그룹 차원에서 주력사업으로 재편할 계획"이라며 "삼성토탈로부터 석화 부문을 가져오면서 건설이 한화그룹에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했는데 결국 매각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에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한화그룹이 추진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사업이 최근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한화건설의 수익성과 전망에 부정적인 관측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한화건설은 오는 2019년을 목표로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서만 누적 공사 수주액이 100억달러(한화 약 1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과 티그리트 등 이라크 서북부 지역을 장악, 바그다드로 진격함에 따라 정정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신도시 프로젝트 현장은 IS가 지난달 점령한 라마디에서 불과 110㎞ 떨어진 곳에 있다. 아직 공사가 중단된 전례는 없지만 지난해 중순 IS가 2차례에 걸쳐 무장공격을 감행한 바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한화건설 측은 현장이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대우건설이 2013년 이라크에서 수주한 아카스 천연가스 중앙처리시설(CPF) 건설공사를 중단하는 등 이라크 내전 장기화에 따른 건설사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장이 중단될 경우 투입한 비용 등을 법적 분쟁을 통해 메꿔야 하는데 이 여건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업체들은 지체보상금(LD)과 관련된 귀책사유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데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발주처는 LD에 대한 협의문서가 있더라도 담당자가 바뀌면 이를 무효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매물로 나오더라도 한화건설이 처한 악조건 때문에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건설에 정통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종사자라면 이라크 사업장 이슈가 한화건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매물로 나왔을 때 원매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한화그룹 측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업계 M&A 시장이 활황을 겪는 것도 아닐뿐더러 한화건설이 플랜트나 주택 등 한 분야에 특화된 것이 아니어서 매각을 진행하기엔 무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며 "어떤 사업을 남기고 어떤 사업을 정리할 지에 대해선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