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사 탈락 ′예견된 고배′…신약 개발 보다 식품 주력
[뉴스핌=이진성 기자] 귀한 약·재료만 쓰기로 유명했던 ‘최씨 고집’의 광동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에서 떨어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제약 연구개발(R&D)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탓에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것. 10대 제약사 중에서 인증에 실패한 곳은 광동제약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탈락을 두고 '예견된 고배'라는 시각이 많다.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이 본업인 제약보다는 '돈 되는' 식음료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제약사라는 타이틀 보다는 식음료 회사가 맞다는 업계의 지적이 있을 정도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 24일 보건복지부의 ‘2015년도 제 1차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앞서 일동제약과 동화제약은 리베이트 파문에 연루된 탓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자진 포기한 바 있다. 이외에 탈락한 2개 제약사가 모두 중소형 제약사라는 점에서 광동제약의 탈락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밖에 36개 제약사는 모두 재인증에 성공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제도는 신약 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한 제약사를 정부가 인증해 주는 일종의 자격이다. 인증 기업에게는 국가 R&D 사업 우선 참여 자격 및 세제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더불어 제약사로서의 브랜드 인지 제고와 국내외 수주활동에도 '당국의 공식 인증'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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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됐지만 이번에 재인증에 실패하면서 최소 3년은 이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광동제약이 인증에 실패한 것은 매출 대비 R&D 투자가 미미해서다. 실제 지난해 기준 광동제약의 R&D 비중은 전체 매출의 1.1%에 불과했다. 혁신형 제약사 인증을 위해서는 최소, 매출 대비 5% 이상의 R&D 투자를 진행해야만 한다.
결국은 재승인을 위한 자격조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재인증에 무리하게 도전했던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이 혁신형 제약사에서 떨어질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며 “아마 회사 측은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10대 제약사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견해를 나타냈다.
광동제약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겸허히 받아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사실 광동제약은 최근 3년간 단 한번도 R&D 비중이 매출 대비 2% 수준을 넘어선 적이 없다. 지난해 국내 10대 제약사의 R&D 평균은 매출 대비 10.2%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JW중외제약도 R&D 투자가 매출의 7.2%(297억원) 수준에 달한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고작 59억원을 신약 개발에 지출했다. 신약 개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동제약의 R&D 투자비율이 낮은 것은 음료분야가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광동제약은 ‘제주 삼다수’의 유통판권을 보유했고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의 음료를 제조 판매 중이다. 지난해 총 매출(5209억원) 중 삼다수는 1479억원을 차지했다. 비타500은 1039억원, 옥수수수염차는 476억원이 판매됐다. 반면 의약품 분야는 1460억원에 그쳤다.
결국은 광동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서 떨어진 것도 신약 개발보다 안정적인 음료판매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부분. 업계에서는 이같은 광동제약의 사업 방향을 두고 최 성원 부회장의 입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고(故)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단독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1969년생인 그는 광동제약 임원 중 가장 젊은 나이로 꼽힌다.
때문에 그가 광동제약에서 ‘최씨 고집’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최 부회장의 광동제약 지분은 6.59%로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도 17.82%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단독 경영을 시작하면서 꾸준한 투자와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해야하는 제약업보다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좋은 재료만 엄선해 약재를 지었다는 ‘최씨 고집’은 기업철학으로 살아 있겠지만 당장의 경영성과를 쫒아야 하는 젊은 오너의 입장에서는 매출 폭이 커지는 식음료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