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은 지난 2013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크수’)로 뮤지컬에 첫 걸음을 뗐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뮤지컬 ‘프리실라’를 통해 주연급 뮤지컬배우로 성장했다.
‘지크수’에서는 지저스를 탄압하는 헤롯왕으로 짧지만 굵은 인상을 남겼고, ‘프리실라’에서는 클럽의 최고 인기 스타 아담으로 분해 마음껏 끼를 펼쳤다.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체스’에서는 비운의 캐릭터 아나톨리 역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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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러시아 체스 챔퍼언 아나톨리는 나라의 통제와 전국민적 인기를 동시에 받는 인물로,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또, 후에는 프레디의 조수이자 적국의 여인이기도 한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나톨리 역에는 조권을 포함해 키(샤이니)와 켄(빅스), 신우(B1A4)까지 총 네 명의 아이돌이 출연한다. 그 중 켄과 신우는 이번이 첫 뮤지컬 출연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3000석)의 공연장에 오른다는 부분이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사실 지금도 매회 공연마다 좌석이 얼마나 찼나 몰래 엿봐요(웃음). 아무래도 그런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죠. ‘내가 이 정돈데 처음 시작하는 애들은 얼마나 긴장되고 떨릴까’ 생각이 들어요. 근데 처음이다 보니 두 친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이것저것 디테일한 것들을 알려주면서 같이 해나가고 있어요.”
“우연찮게 40대라는 설정이 대중에 공개됐어요. 그런데 저희(조권 키 신우 켄)가 작품을 접했던 초반에는 연령대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조권이 연기하는 아나톨리는 40대가 아니에요. 아나톨리의 중후함과 성숙함에는 맞추되, 40대란 설정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보시는 분의 해석에 따라서 20대 후반의 청년일 수도 있고, 30대 후반의 남자일 수도 있을 거예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주어진 연습시간은 상당히 짧았다. 이에 조권을 비롯한 배우들은 보통 연습을 쉬는 월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연습에 매진했다. 아나톨리의 경우, 네 명의 캐스트가 번갈아 연습을 돌아가면 개인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마저 길지 않았기 때문에, 연습 장소는 연습실 안과 밖을 가리지 않았다.
“처음 켄과 신우를 만났을 때 제가 먼저 물어봤던 건 ‘너희 뮤지컬 계속 할거야?’였어요. 둘 다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전 ‘우리는 (다른 아이돌과)달라야 한다, 달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죠. 전 그래요. 다른 사람(아이돌)이 뮤지컬을 하니까 쉽게 도전한다거나, 돈을 벌기 위해, 팬들이 좌석을 채워주니까, 심지어는 회사에서 시켜서, 그런 마음으로 할거면 진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왕 할거면 진짜 열심히 했으면 해요. 그렇게 집중해서 멋지게 공연을 올렸을 때의 희열이 있는데, 사실 그래서 신우가 첫공을 마치고 울었어요. 그 친구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한편 조권은 이날 인터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뮤지컬에 임하는 친구들 때문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색안경 끼고 보는 게 너무 억울했다”고 아이돌 출신 뮤지컬배우가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 고충을 언급했다. 그는 또, 스스로를 ‘뮤덕’이라고 칭하면서 “전 정말 뮤지컬을 사람인데, 제가 못한다면 다른 아이돌과 똑같이 보일까봐 고민이 많았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조권의 뮤지컬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장르에 얽매이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범위 안의 캐릭터 중에서 선택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저와 딱 맞는 캐릭터를 맡아 즐겁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저와 다른 캐릭터를 하면 많은 걸 배우게 되니 좋죠. 앞으로도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로 찾아 뵙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쇼홀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