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케이션족' 늘자… 효율성 놓고 논란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에서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에서 일하기를 선택한 '워케이션족'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워케이션(workc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직원들이 사무실 대신 휴가지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워케이션족들은 메신저에 접속해 있어서 직장상사 및 동료와 실시간 연락할 수 있고, 컨퍼런스콜을 비롯한 원격 소통이나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24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에서는 휴가일수가 줄어들면서 직장에서 워케이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트래블 어소시에이션(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휴가일은 16일로, 2000년의 20.9일에서 약 4일 줄어들었다. 미국 기업들 중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곳도 전체의 약 66%(3분의 2)로, 지난 2008년의 50%에서 늘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캠핑지 타호 마운틴 랩의 제이미 오르 설립자는 "스키나 하이킹을 즐기면서도 업무 일정을 병행하는 고객이 약 25%에 이른다"고 설명했으며, 데보라 굿 피츠버그 경영대 교수는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특전을 주는 수단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휴가지에서도 업무를 적절히 병행할 수 있는 노하우가 소개되기도 했다. 빌 레이몬드라는 사람은 유원지 디즈니월드에서 워케이션을 보내고 나서, 최대한 방해요소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개인 블로그에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워케이션에 대한 회의적 견해도 적지 않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다소 성격이 모호하고, 직원들이 휴가지에서 충분히 쉴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네스 마토스 패밀리앤워크인스티튜트 선임 연구 디렉터는 "워케이션 덕분에 그나마 못 갈 수도 있었던 휴가를 갈 수 있었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워케이션 때문에 휴가지에서 쉴 시간마저도 뺏기게 됐다고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워케이션의 성격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굿 교수는 "직원들이 워케이션을 활용할 경우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며 활력을 되찾을 수는 있겠지만, 휴가지를 눈앞에서 바라보면서도 하루 종일 일만 해야 한다는 점이 도리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연출자인 존 드 그라프도 "휴가지에 있으면서도 전자 쇠사슬(노트북)에 묶여있어야 한다는 기분은 직원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