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중 7개사 연구개발비 축소..투자 위축에 건설경쟁력 후퇴우려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다.
실적 부진과 신사업 위축이 장기화된데 따른 것. 연구원 인력도 대거 감원하는 분위기다.
25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공능력순위 상위 10개 건설사 중 7개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연구개발 비용을 대폭 줄였다.
원천기술 확보 및 신기술 개발, 현장 기술지원 등이 연구개발 조직의 주요 활동 영역이다. 하지만 연구개발 비용이 연구원 인건비 수준에 그치는 건설사도 적지 않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난 1분기 269억원을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80억원)보다 29.2%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0.59%에서 올해 1분기엔 0.44%로 후퇴했다.
연구소 인력도 대폭 감원했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연구소는 장비·재료 연구소와 건설 기술연구소로 구성된다. 이중 건설 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83명에서 1년 만에 61명으로 줄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분기 2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07억원으로 10.3% 줄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분기 131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1분기엔 11.4% 감소한 116억원에 그쳤다.
이들 건설사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형 건설사 가운데 일부는 연구개발 비용을 절반 넘게 줄인 곳도 있다.
지난 1분기 롯데건설은 연구개발비로 35억원을 사용했다. 전년동기(86억원) 대비 59.3% 줄어든 금액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0.84%에서 0.43%로 뚝 떨어졌다. 이 비율은 지난 2013년 1.9%, 2014년 0.91%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구개발 비용이 지난해 1분기 6억60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4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연구개발 비용은 되레 줄었다. 때문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0.1%에서 0.03%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127억원에서 104억원으로, 한화건설은 2억30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반면 일부 대형건설사는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대림산업은 110억원에서 171억원으로, 대우건설은 121억원에서 144억원으로, SK건설은 132억원에서 155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건설 설계부문이 주력 분야인데 대부분 인력이 본사에서 근무해 연구개발 비용이 별도로 책정되지 않은 부분도 영향이 있다”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처럼 대규모 연구개발 시설을 운영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 연구개발비 격차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는 이유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돼 투자에 대한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혔지만 해외건설 분야 영업이익률은 2~3%대다. 이는 타 산업과 비교해 크게 낮은 이익률이다. 지난해 100대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3%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4.5% 수준이다.
게다가 해외 리스크(위험)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수천억원대 추가비용이 발생해 ‘어닝쇼크’(전분기 대비 큰폭의 실적하락)로 이어지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없다보니 추가적인 기술개발 필요성이 낮은 것도 한 이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라도 해외수주 부진 및 수주잔액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줄이거니 투자비용을 감축하는 분위기”라며 “건축과 주택, 플랜트 분야의 보유 기술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서 새롭게 투입되는 자금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