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트렁크 두 개를 들고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떠났던 그가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다행인 건 이번엔 빈손이 아니라는 정도. 돌연 파리지앵 삶을 시작했던 그때처럼 그는 아무렇지 않게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을 선보였다.
배우 류승범(35)이 ‘베를린’ 이후 3년 만에 새 영화를 선보였다. 25일 개봉한 ‘나의 절친 악당들’은 의문의 돈가방을 손에 넣은 지누와 나미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진짜 악당이 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범과 고준희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냥 작품을 고른 거죠. 평상시에 기다리잖아요. 기다리는 중에 이 작품을 봤고 보고 나서 참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죠, 물론 임상수 감독님과 작업한다는 데 호기심도 컸고요. 작품 끝나고 난 지금은 감독님에 대한 더욱더 큰 호감과 호기심이 생겼죠. 배울 게 많은 분이시더라고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고 배우고 싶어졌죠.”
극중 류승범이 연기한 지누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남자다. 어느 날 의문의 차량을 뒤쫓다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돈가방과 함께 거침없는 매력을 지닌 여자 나미를 만난 후 그의 인생은 반환점을 맞는다. 류승범은 이런 지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 의견 그대로를 존중하는 모습,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듣고 같이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넘어가는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영향을 많이 줬어요. 많이 배웠죠. 또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되 쿨한 모습은 같은 남자로서 멋있어 보이고 좋아보이더라고요.”
캐릭터와 영화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하던 그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주제가 전환되자 대답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류승범은 프랑스 패션 에디터 버지닛 모젯과 결별설(물론 그는 결별설이 났던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버지니 모젯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적이 없다)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터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조심스러워졌어요. 사실 제가 저에 대해 말하기도 어렵고 정의 내리거나 규정짓고 싶지도 않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아직 싱싱하게 살아있으니까(웃음). 그리고 전 생각하고 싶은 것만 해요. 무책임한 건 아니고 괜한 걱정을 만들고 싶지는 않죠. 제가 존경하는 분이 ‘두려움이나 슬픔이 올 때 승리자가 되느냐 패배자가 되느냐는 너의 선택이다’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항상 그걸 가슴 속 깊게 생각하죠.”
스스로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않는 이를 어떻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류승범은 확실히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돼 있었다. 그는 지누의 영향이라 생각했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2년간의 파리 생활이 안정을 준듯했다. 류승범의 몸과 마음은 파리로 떠나기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전 제 삶과 영화를 정확히 분리할 수 없어요. 모든 배우가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전 영향을 받죠. 파리에서 1년 6개월 정도 지내면서 채식을 했어요. 특별한 가치관의 변화라기보다 채식 후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죠. 그러면서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줘야겠다는 걸 배웠고요. 지금 난 나를 보살펴줄 존재가 없어요. 내가 나를 보살피고 아껴줘야만 하죠. 그래서 먹는 걸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거고요. 그렇다고 중압감은 아니고 그냥 편안하고 건강하게 더 많이 즐기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은 묻자 반가운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씩 들려줬다. 반가운 소식은 파리로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는 거고 안타까운 소식은 차기작을 선보이는 시기 역시 미정이라는 거다. 그럼 정해진 건 뭐냐고? 단 하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신나게 살자는 것.
“작품 출연이야 항상 열려있어요. 상황만 맞는다면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죠. 다만 제가 작품을 비롯해서 계획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여유 있게 살고 싶죠. 물론 이왕이면 좋은 에너지와 생각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길, 책임감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고 잘 안고 가고 싶고요. 많이 배우고 나누고 소리를 낮추면서요. 제가 영어 배우면서 가장 좋아했던 문장이 있어요. 나는 결코 한 치 앞도 모르게 흘러간다. 그냥 흘러가는 거죠(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