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성보험 개발·판매 때마다 판매 건수는 '바닥'
[뉴스핌=전선형 기자] 현대해상이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메르스안심보험’을 22일부터 판매한다.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국내 보험사들이 반대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외국 관광객들이 급감하자 정부가 상품 출시를 강요하디시피 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이날부터 ‘메르스안심보험’ 판매에 나섰다. 삼성화재도 현대해상과 공동판매에 나설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안심보험이란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진시 '치료보상금'(치료비+여행경비+소정의 보상금) 500만원, 사망 시에는 1억원이 지급하는 의무보험이다. 보험료는 여행업협회에서 60%, 정부에서 40%를 보조하며, 보험보장 기간은 22일부터 9월 21일까지 3개월간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7~8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경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여행자협회에서는 이 보험이 어느 정도 내수를 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09년에 신종플루 보장보험을 출시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메르스안심보험은 재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에 대한 위험도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메르스안심보험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메르스 확진자의 치사율도 시시각각 바뀌는데다, 해당 보험의 손해율 산출은 물론 실제 사망자 발생시 보험금 지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메르스안심보험은 보험상품으로 효용성이 없다고 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상위 5개(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게 개발을 제안했을 때에도 처음엔 모두 '안 한다'고 했었다"며 "보험으로 보장해준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란 정부의 계산도 난센스”라고 전했다.
이어 "이후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검토를 요청했다. 아마 총대를 맨 현대해상 외에 다른 손보사들은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은 정책성보험이 나올 때마다 모든 보험사들이 난감해 한다"고 토로했다.
사실 정부의 무리한 정책보험 추진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국가적 재난사태를 비롯해 정권의 공약실천 등을 위한 수많은 보험이 쏟아진 바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흥행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4대악(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보험'은 출시 후 2015년 4월 말 현재까지 한 건도 팔리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계획됐던 난임보험(불임부부를 위한 보험)은 손해율과 보험심사 등의 어려움으로 결국 계획 1년여만에 결국 무산됐다.
또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출시된 '자전거보험'은 정권교체와 함께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자전거보험 가입 건수는 2884건으로 저조했으며, LIG손보 등 일부 손보사는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장애인들의 노후대비를 위한 ‘장애인전용 연금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NH농협생명과 KDB생명 2곳에서 출시했지만, 지금까지 판매 건수는 각각 1140건, 300건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복지연금 대상과 상충될뿐더러, 일반 연금와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아 장애인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형 상품은 대부분 표심을 얻기 위해 기획돼 현실성과 사업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면 자연스럽게 사장되고 있다"며 "보험업은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만큼, 신뢰도 있고 정교한 작업을 통해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정책성보험은 이런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