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달 1일까지 가처분 신청 결론…결과 따라 주총 파장
[뉴스핌=김연순 김선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놓고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간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양측은 합병의 정당성과 자사주 매각의 합법성에 대해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였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삼성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합병비율은 정당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서도 엘리엇은 "위법해 의결권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삼성은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전까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어서 법원의 결정이 다음달 1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심문이 열린 가운데 삼성물산 측 김용상 변호사(왼쪽)와 엘리엇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 엘리엇 "합병은 오너지배 목적" VS 삼성 "합병비율 합법"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 심리로 열린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기일에서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합병이 오너가의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1%가 오너가의 지배구조 안착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50% 가량 갖고 있는 제일모직에게 삼성물산을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이다.
또한 합병비율의 산정에 있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하지만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즉 합병비율의 불합리성을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주주이익을 훼손시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엘리엇 측 소송 대리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넥서스는 "삼성물산은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인 반면 제일모직은 수치적으로 삼성물산과 비교할 때 '상대가 안 되는' 규모의 그런 회사"라며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특히 합병 비율 결정에 있어 이용된 제일모직 주가의 경우 상장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상대방이 객관적인 증거 없이 시나리오에 근거해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합병결의가 삼성물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엘리엇 측이 주장할 뿐 어떤 손해를 주주들에게 입혀서 위법한지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은 "사업부문 다각화와 성장성 제고라는 필요성에 따라 합병을 결의했으며 이는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병비율과 관련해선 "신청인이 희망하는 공정가치에 삼성물산 주가가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냐며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선정한 만큼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주가는 복잡하고 많은 요소들로 형성되는 것으로 엘리엇 측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과소·과대 평가됐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주주들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 기회를 원천봉쇄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불합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엘리엇 "위법해 의결권 없다" VS 삼성 "회사보호 위한 선택"
이날 법정에선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백기사인 KCC에 매각한 것을 놓고도 삼성물산, 엘리엇 그리고 KCC까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엘리엇은 자사주 매각이 기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침해한 행위로 위법이고 무효이며 따라서 KCC 역시 해당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의 공격으로부터 회사를 지키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논박했다.
넥서스는 먼저 삼성물산 이사회가 자사주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이 위법하며, 특히 합병의 상대방인 제일모직 주요 주주인 KCC에게 매각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넥서스는 "자사주 처분 권한이 이사회에 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자사주 처분을 위해서는 주의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어떤 방법으로도, 어떤 대상에게도 처분할 수 있다는 무한 재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제 3자에게 매각이 되면 기존 주주가 갖고 있는 비례적인 주주권한에 변경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매각 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합병에 반대하는 모든 주주들이, 합병에 대항하기 위해 주식을 더 매수해서 다퉈볼 여지를 근본적으로 배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의 공격이 예정된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으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맞받아쳤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은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합병에 필요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다"며 "주식매수청구권 매수대금을 확보할 필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엘리엇이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을 요구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 같아 회사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며 법에 따른 절차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를 처분해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엘리엇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자사주 의결권은 일시적으로 제한될 것일 뿐이므로 이로 인한 주주의 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며 "처분으로 의결권이 살아나는 것은 당연하며 자사주 매각 시점에 따라 의결권 보유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한편 이들 양측은 법정공방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합병의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논리싸움을 전개하는 등 온라인 상에서의 여론전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7월 1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김선엽 기자 (y2kid@newspim.com)